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양승태 ‘업적’ 때문에 국회 로비…회생법원 신설 앞당긴 대법원
-서울회생법원 개원일 지난해 9월에서 3월로 갑자기 수정 가결
-대법원, 양승태 퇴임고려 회생법원 ‘임기말 최대 중점 정책’ 지목
-공청회 없이…상고법원 입법 실패 따른 ‘레임덕‘ 방지 의도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업적쌓기’를 위해 서울회생법원 개원 시기를 앞당긴 정황이 드러났다. 국내 최대 규모의 파산 사건 처리 기구인 서울회생법원은 공청회 한 번 없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를 연 뒤 3개월도 안돼 문을 열었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관련 추가공개 문건에는 ‘상고법원 추진 연착륙 방안’이라는 보고서가 등장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상고법원 입법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법원행정처는 ‘임기 종반기에 반드시 진행돼야 할 중요 사법정책을 역점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해 3월 개원했다. 원래 입법안은 실제 개원 시기보다 6개월 늦은 9월 문을 여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는 2016년 12월 7일 전체회의에서 갑자기 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법안을 수정 가결했고, 바로 다음날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소관 상임위 회의를 연지 채 석 달도 지나지 않아 법원이 생긴 셈이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퇴임하는 일정을 고려해 개원 시기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개원 과정에 참여했던 한 판사도 준비 기간이 9개월에서 3개월여로 단축되면서 실무 작업이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은 2016년 입법이 무산되면서 도입되지 못했다. 2015년 11월 이 상황을 예견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이 무산된 대신 업적으로 남길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법정책(상고법원) 추진 중단의 부정적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하게 투영될 경우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처는 이듬해 2월 24일 ‘2016년 사법부 주변환경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도 다시 한 번 ‘임기 내 역점사업’ 필요성을 강조한다. 2016년 7월 행정처 판사들이 당시 국회 법사위 소속 이춘석 의원을 만난 대화 내용을 담은 보고서에도 같은 현안이 등장한다.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파산 사건을 전담할 법원 신설을 ‘대법원장님 임기 말기 최대 중점 정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회생법원 개원 직전인 2016년 12월 법사위 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개원을 서두르는 데 대한 우려가 여럿 등장한다. 이창재 당시 법무부 차관은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먼저 회생법원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하게 된다면 그 이후라도 관리인 감독기구 전문화 방안 등 기업 구조조정 선진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상직 의원도 “특허법원도 그렇고, 행정법원도 만들 때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느냐, 어떻게 이번에 도산법원 이것만 급하게 서두르느냐”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국회 차원의 공청회든 뭐든 한 번쯤 여론을 수렴했으면 좋겠다”면서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예정에도 없었는데 (갑자기)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회의에서 개원일을 3월 1일로 당기자는 제안을 한 것은 판사 출신의 여상규 의원인 것으로 기록됐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