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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폭염 재난이 준 교훈
재난이다. 해가 떨어지고 한밤이 되어도 온도계 수은주는 30도 아래로 내려올 줄 모른다. ‘재난 수준’을 넘어 ‘재난’ 그 자체가 된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아파트가 단전되고, 열사병으로 응급실로 실려가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정치권도 ‘폭염’ 대책 내놓기에 바쁘다. 핵심은 ‘전기료’다. 폭염 대책의 핵심인 냉방의 사실상 유일한 에너지원인 전기료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줘야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료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거나, 전기료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방식, 심지어 전기료 자체를 30% 인하하는 방안까지 아이디어 짜내기에 바쁘다. 확실한 건 여야 모두 전기료 인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 그래서 서민들의 주머니 부담이 조금이나마 가벼워 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주까지 전국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전력 사정도 휴가철 특수에 잠시 여유가 생겨 다행이다. 전국이 40도를 넘나들었던 지난 1일 최대 전력량은 8248만㎾로 공급능력 9632만㎾와 다소 차이가 생겼다. 블랙아웃과 지역별 순차 단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최소한 이번주는 비켜갈 전망이다. 탈원전 정책이 위협받고 있는 정부로서도 한숨 돌릴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여름의 교훈은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크다. 정부가 지난해 말 내세운 8차 전력수요 예측은 불과 반년만에 보기좋게 빗나갔다. 정부가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치로 책정한 8750만㎾는 벌써 498만㎾를 초과했다. 원전 3~5개 분량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아직 여름 더위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번 더위가 8월 말을 넘어 9월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2011년 전 국민에 발동됐던 ‘전기 비상’도 바로 9월에 일난 일이였다.

전국민이 폭염에 시름시름 앓던 최근 유라시아 대륙 건너 영국에서 또 하나의 비보가 날아왔다. 한국전력이 수주가 유력했던 약 22조원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는 소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의 정권 교체와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조성됐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물론 이면에는 사업 구조의 불확실성, 협상 과정의 밀고 당기기 등이 있겠지만, 일단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정부의 공기업 인사개입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쯤되면 전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탈원전을 앞세우며 만든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0년이 되어도 우리나라 최대 전력수요는 9800만㎾대에 머물러야 한다. 지난달 24일 기록한 9247만㎾도 2025년도에나 나왔어야 할 수치다.

현상 및 미래에 대한 전망이 틀렸다면,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대선 공약에 대한 집착과 고집만으로는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발전소를 만드는 것도, 또 전력망을 고도화하는 것도 1, 2년안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잘못된 전기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5000만 국민, 그리고 우리 후세의 몫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과거 책임자를 가둬넣어 봐야 끊어진 전기가 되살아날 것도 아니다. 진짜 ‘따뜻한 마음’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지도자라면 이제 실행으로 옮겨야 할 때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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