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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 폭염과 맞서다①] “하늘ㆍ땅ㆍ차량 열기 ‘더위 삼중고’…10분만 비질해도 숨이 턱턱”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서울시 환경미화원도 고통받고 있다. 이들 모두 ‘하루만 더 버티자’는 생각으로 현장을 지키는 중이다. [사진=헤럴드DB]
-환경미화원도 이례적 폭염 신음
-뙤약볕 속 청소에 민원까지 해결
-얼음물통 아이스팩 삼아 근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하늘, 땅, 차량 열기…. 더위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폭염은 처음입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김모(54)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쏟아지는 땀을 식히고자 청소 도중 쉬는 상태였다. 그 시간에도 열기가 안 가시는 듯 가쁘게 숨을 내뱉었다. 김 씨는 “비질을 하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며 “10분만 작업해도 땀으로 샤워를 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례적인 폭염으로 서울시 환경미화원이 신음하고 있다. 무더위를 핑계 삼아 일을 미룰 수도 없는 직업이다. 이들 모두 얼음물 하나 들고 ‘하루만 더 버티자’는 생각으로 현장을 지키는 중이다.

김 씨가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날씨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꼽은 것은 민원 해결이다.

서울시 환경미화원은 120다산콜센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청결 관련 주민의 요구사항을 처리한다. 날이 더워지면 단순 쓰레기 수거부터 동물 사체 처리까지 청소 요구가 쏠린다. 세균활동이 왕성해져 악취는 느는데 집 안 주민들은 밖 나가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는 민원에 따라 청소 방향과 정반대인 주민의 집 앞으로 뛰어가 파지 두 어장도 치워봤다. ‘마당에 동물 사체가 있다’는 말에 달려가니 작은 참새 한 마리가 죽어있어 얼른 처리하곤 땀을 훔친 적도 있다. 김 씨는 “물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더운 날 종일 걷고 청소하는 입장에서 몇몇 민원은 힘을 쭉 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에게는 온도 상관없이 보호장비를 입어야 하는 일도 고통이다.

물론 사고 예방 효과가 있으니 불편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날씨에 크고 바람조차 잘 통하지 않는 보호장비를 입는 것은 온 몸에 핫팩을 두르는 일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 김모(52) 씨는 “미세먼지 마스크도 쓰면 그 날은 말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일부 유흥지역을 중심으로 담배꽁초와 빈 생수통, 아이스크림 비닐 등이 급격히 느는 일도 폭염 속 환경미화원의 고충이다.

환경미화원이 폭염을 견디는 방법은 간단했다. 꽁꽁 얼린 얼음물을 ‘아이스팩’처럼 쓰는 것이다. 양천구에서 작업하는 환경미화원 고모(41) 씨는 “요즘은 워낙 불가마인만큼 쉬는 시간도 평소보다 많이 주어진다”며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작업을 멈추고 상황대기에 들어가는 등 어느정도 조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폭염 덕에 되레 보람될 때도 있다. 시민의 따스한 지지를 받는 순간이다. 종로구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전종대(58) 씨는 “몇몇 시민은 고생하신다며 인사를 건넨다”며 “물이나 아이스크림을 선물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응원을 받으면서 열심히 하다보면 결국 더위도 잊혀지기 마련”이라며 “폭염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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