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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계산된 발언 분석

김성태<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보수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람이 군개혁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난달 31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나왔다.

파장을 염두해 둔 준비된 발언인 셈이다. 동성애에 부정적인 보수층 여론을 등에 업고 반평화, 반북 등 기존 한국당의 이미지로부터 탈피, 새로운 ‘안보이미지’를 세팅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샤이보수(숨은 보수)를 끄집어 내기 위한 작업”으로 봤다. 그는 “보수층의 결집을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며 “과거의 홍준표 체제가 전통적인 극우 골수 보수층에 한정될 뿐 포괄적인 보수층 흡수에는 한계가 있었다면, 동성애ㆍ군기강 해이 발언은 일반적인 보수층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샤이보수를 끄집어내기 위한 전략”이고 말했다.

임태훈 소장도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 원내대표가 발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기독교세를 결집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섣불리 입장을 내지 못하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대한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선 후보시절 “동성애자 차별은 반대하지만 동성애 합법화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가 군인권센터가 기무사 관련 내용을 폭로하는 것을 “군기강 해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군기강문제에 대한 언급은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에 부정적인 태도로 반평화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한국당으로서, 새로운 ‘안보이미지’ 구축 작업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문재인 정부의 군기문란 진상규명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김 원내대표는 과거의 한국당의 주류였던 반공주의ㆍ대결주의 세력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군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도 반북·반공으로는 한국당이 살 수 없다고 보고 ‘군 기강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다. 새로운 안보이미지 구축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