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제9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오른쪽)과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김도균 소장 “좋은 곡식 얻으려면 공 들여야”
[헤럴드경제=국방부 공동취재단 김수한 기자]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중장(우리측 소장급)은 31일 “오늘 회담을 허심탄회하게 잘해서 실지로 우리 인민들에게 군대가 제일 앞서 나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안 단장은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장성급군사회담 모두 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과 남의 온 겨레가 그만큼 우리 회담을 중시한다는 걸 알게 됐고, 또 그 과정에 시대적인 사명감이랄까,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남 사이 노력하는 데서 군부가 차지하는 몫을 정말 깨닫게 하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안 단장은 “김맬 때 ‘손님이 아흔아홉 몫을 낸다’는 옛말이 있다. 서양 속담에도 ‘주인 눈 두 개가 하인 손 천 개를 대신한다’는 말도 있다”며 “이럴 걸 봐서도 우리가 주인의 자세가 될 입장에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허심탄회하게 문제를 논의해 이 회담장을 지켜보고 있는 북과 남의 온 겨레, 세계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자”고 강조했다.
허나 안 단장은 이번 회담 의제와 관련해 남측 언론에서 6.25전쟁 종전선언 문제를 거론했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남측 언론에서) 오늘 북측 대표단은 종전선언 문제까지 들고나와서 남측을 흔들려고 잡도리(단단히 준비한다는 북한말)할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했다”며 “우리가 미국을 흔들다가 잘 안 되니까 이번에 남측을 흔들어서 종전선언 문제 추진할 거라고 보도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단장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은 ‘그렇게 보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풀이된다.
또 안 단장은 우리측 김도균 수석대표 자리에 놓인 20㎝ 두께의 서류파일을 가리키면서 “보따리 풀어!”라고 농을 건넨 뒤 “(의제를) 많이 끌고 나온 것 같은데 오늘 허심탄회하게 회담 좀 잘해서 실지로 우리 인민들에게 ‘야 군대가 제일 앞서 나가는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에 김 수석대표는 “저도 속담 한 마디 얘기하자면 ’가꾸지 않은 곡식이 잘되리라는 법이 없다‘는 말이 있다. 좋은 곡식을 얻기 위해서는 공도 들여야 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지 좋은 곡식을 우리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번 봄에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서 이미 씨앗은 뿌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래서 가을에 정말 풍성한 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무더위 속에서도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금년 가을에 좋은 수확을 틀림없이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는 “지난 8차 회담 때 안 단장과 제가 합의했던 동서해지구 군통신선 정상화 문제나 서해 해상에서의 6.4 합의 복원 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들이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또 이행하는 아주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 47일 정도 경과를 했는데 그 사이에 군사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간 교류협력 사안들이 나름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오늘도 날씨가 아주 굉장히 무더울 것 같다. 이 무더위 속에서 내려오시느라고 수고하셨다. 회담이 오늘도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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