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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누가 선량한 풍속을 위반했는가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 무효화 방안’을 검토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상고법원 설치를 반대하는 변호사단체를 압박하려는 목적이라는데, 실제로 대법원은 2015년 7월 23일 전원합의체에서 만장일치로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규정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준비하면서 이를 국민의 변호사비용 부담을 낮춘 대법원의 치적으로 거론하며 상고법원 지원을 요청하려 했다는 것이다.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법원을 믿어야 한다고 의뢰인을 설득하던 스스로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대법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무효라고 판결할 정도로 명백한 법리였다면 이 사건 1심과 2심 재판부는 선량한 풍속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도 없이 판결했다는 것인데, 법률가로서 아무리 살펴봐도 이 사건은 하급심보다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더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이 변호사에게 처음부터 많은 착수금을 주고 사건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 끝내면 보수를 더 줄테니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는 계약이 우리 사회의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재임 중 업적으로 선정한 상고법원을 무리하게 관철시키기 위하여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저버리고 정치권과 재판거래를 한 대법원장과 하급심 판결보다도 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한 대법관들의 사법권 남용 행위가 진정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목적을 위해 여론 주도층인 변호사들조차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데, KTX나 쌍룡차 노동자, 전교조 조합원등 변호사보다 훨씬 사회적 약자들에 대하여 과연 올바른 판결이 내려졌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이 나온 뒤에 국민들이 오히려 고액의 변호사비용을 지급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전관이라든지 경력이 좋은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맡기고 싶은 국민들은 과거에는 적은 금액을 착수금으로 지급하고 결과가 좋을 때 성공보수를 주었는데, 최근에는 사건을 맡아달라고 계약 단계부터 성공보수금까지 착수금에 포함시켜 미리 고액의 변호사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도대체 대법원은 이런 상황을 심도있게 검토는 해보고 판결한 것인지 궁금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에 국민이 자신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결정을 맡기는 것은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지금처럼 불신을 받게 되면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대법원 스스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그토록 무리하게 추진하던 상고법원급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혹여 검찰에서 수사가 막히니까 법원을 압박하기 위해 문건 내용을 흘리면서 변호사단체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지마라. 변호사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기회를 주었음에도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법원이라면 외부에 의하여 타율적으로라도 변화되는 것이 오히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합치한다는 변호사들의 절규를 법원은 귀 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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