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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의 사회학⑬]‘급식 끊긴 방학’ 점심은 굶거나 편의점…‘아동 급식카드’의 현실
정부에서 지급하는 4000~5000원짜리 급식 카드는 성장기 아이들이 한끼 식사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게현실이다. 사진 기사와 무관. [헤럴드경제DB]

-급식카드 한도 한끼에 4000원…“일반 식당 못 가요”
-가맹점 대부분이 편의점…컵라면 등 인스턴트만 소비
-전문가 “현실 물가 고려해 카드 한도 높여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경기도 고양시의 중학교 2학년 김수진(가명) 양은 방학 이후 매일같이 점심을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있다. 김 양은 경기도 결식아동 급식카드인 ‘G드림카드’를 이용하고 있는데, 한 끼니에 5000원까지만 쓸 수 있어 식당에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김 양은 “가장 좋아하는 냉면도 5000원이 훌쩍 넘어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대신한다”고 토로했다.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없게 된 저소득층 아이들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현재 정부가 중위소득 52%이하의 저소득층 아동에게 제공하고 있는 급식카드는 식사당 4000원~5000원에 그친다. 물가가 올라 냉면 한 그릇도 먹을 수 없는 돈을 쥐고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가격에 맞춰 먹고 싶은 것들을 더하고 빼고를 수십 번 반복해야 했다. 김 양은 “주로 요즘은 컵라면과 아이스크림, 삼각김밥이랑 과자 등 조합해서 먹는다. 그나마 편의점은 다양한 것을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결식 우려 아이들이 편의점에 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 식당에선 급식카드의 한도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급식카드 한도는 서울ㆍ제주 5000원 인천ㆍ광주 4500원, 경북ㆍ대전ㆍ울산 4000원 등이다. 이는 분식집에서 두 가지 음식을 시키는데도 부족한 금액이다.

가맹점이 편의점에 치우쳐 있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의 경우 급식카드 이용 아동은 2만7000명이 넘지만 가맹점은 일반음식점 2000여곳, 편의점은 2배에 달하는 4600여 곳이다.

매 끼니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경우 아이들의 영양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지난 2015년에 발표한 ‘결식우려아동 급식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급식 카드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음식은 삼각김밥(40.6%)이었다. 도시락(16.5%), 라면(7.5%) 등이 뒤를 따랐다. 같은 연구에서 아이들이 많이 먹는 삼각김밥 2개와 초코 우유의 영양소를 분석한 결과 열량 474kcal, 단백질 12.8g였다. 이는 학교급식법 시행규칙에 따른 영양관리기준에서 초등학교 1~3년 여아에게 권고하고 있는 500kcal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급식 카드의 지원금액을 증액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철희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신체 건강과 발달을 돌보는 것은 미래를 위한 국가의 책임으로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물가를 반영해 일반식 한끼 가격에 상응하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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