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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박종구 초당대 총장]하워드 슐츠의 인간 중시 경영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퇴임했다. 작년 최고경영자 자리를 캐빈 존슨에게 넘긴 이후 지난 달 명예 회장으로 추대되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흙수저다. 부친이 화물트럭을 몰았다. 대학 졸업후 1981년 고든 보커, 제럴드 볼드윈, 지브 시글이 창업한 스타벅스 커피의 마케팅 임원으로 영입된 것이 커피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되었다. 1987년 스타벅스 사업권을 인수해 커피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1992년 뉴욕 나스닥 증시에 상장했고 최대 히트상품인 푸라푸치노를 1995년 출시했다. 경영이 본 궤도에 오르자 2000년 경영권을 짐 도널드에게 넘겼다. 짐 도널드의 고속성장 전략에 따라 매장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품질 하락, 수익성 감소, 브랜드 정체성 약화와 같은 갖가지 악재가 돌출했다. 결국 2008년 경영에 복귀해 회사의 재건에 나섰다. 온워드(onward)가 재건의 키워드였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폐쇄하고 제품 브랜드를 재정비했다. 프리미엄 커피 출시와 편안한 매장 분위기 조성에 역점을 두었다.

스타벅스는 지구촌 77개국에 2만8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은 224억달러에 달한다. 1992년 기업공개 이래 주가가 2만2000% 이상 뛰었다. 개인재산은 31억달러로 ‘포브스’선정 세계부자 순위 232위에 올라있다. 슐츠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같이 개성넘치는 카리스마형 경영자라기 보다는 실리콘벨리에서 볼 수 있는 혁신가 유형에 가깝다.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으로는 첫째로 매장을 단순히 커피를 파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와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정의한 전략을 들 수 있다. 매장을 ‘제3의 공간’으로 만들어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스타벅스 문화’를 창출했다.

둘째로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찬 음료 개발에 성공했다. 프라푸치노, 스키니라떼 등이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찬 음료의 매출 비중이 2012년 37%에서 작년 50%를 넘어섰다. 이를 통해 사계절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고집해 질 관리에 노력한 점, 시애틀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중간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매장에 제공한 점 등이 커피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

셋째로 과감한 글로벌화 전략을 들 수 있다. 상하이에 지구촌 최대의 매장을 오픈했다. 매일 두 개씩 신규 매장을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첨단 모바일 결재 시스템 도입, 과감한 인수합병 및 신제품 출시 등이 지속성장의 비결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의 케빈 존슨을 후계자로 삼은 것도 인터넷, 모바일 시대 스타벅스를 이끌 디지털 경영의 적임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넷째로 슐츠 회장의 인간 중시 경영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는 어린시절 부친이 사고로 무릎을 다쳐 집안이 어려워진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근로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해 깊은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있다. 그가 ‘양심적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기업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가 일취월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에게 ‘착한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받아들어졌기 때문이다. 1988년 모든 직원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었다. 본인이 희망할 경우 온라인 대학 강의 수강 기회도 부여했다. 흑인, 여성 등 소수 계층에 대한 배려도 확대하였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노력도 배가하고 있다. 여성이 29%, 소수인종이 35%나 된다.

다음으로 견실한 성장을 이끈 것은 최고경영자의 혁신 마인드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말처럼 “기업은 리더의 그릇만큼 크는 법”이다. 슐츠의 소통, 사랑, 배려의 리더십이 혁신 마인드와 접목함으로써 스타벅스 고유의 기업문화가 창출되었다. “사랑으로 나아가겠다”는 말이야말로 신뢰의 위기에 빠진 한국 기업에 던지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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