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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 딴 세상②]“툭하면 냉방병 걸려요” 에어컨이 두려운 근로자들
서울의 한 백화점 직원들이 긴팔 옷을 입은 채 일하고 있는 모습. [박이담 수습기자/parkidam@heraldcorp.com]

-“가디건은 필수” 긴옷 챙기는 직장인들
-감기 환자 60% 증가…“온도 조절 불가능”

[헤럴드경제=이현정ㆍ박이담 기자]회사원 이윤이(24ㆍ여) 씨는 요즘 출근할 때마다 가디건을 꼭 챙긴다. 바깥에선 땀을 흘리지만 실내에선 에어컨이 늘 두렵기 때문이다. 최근엔 너무 강한 냉방 속에서 지내다 결국 감기까지 걸렸다.

이 씨는 “지하철에서는 물론, 회사에서 늘 에어컨 바람을 쐬니 더운 시간보단 추운 시간이 많다”며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긴 옷은 늘 챙겨 다닌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동안 실내 근무하는 일부 근로자들이 냉방병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시민들의 ‘피서지’가 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표적이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일하는 최모(57ㆍ여) 씨는 “식품관은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층보다 냉방이 더 심하다”며 “에어컨 바람에 냉장고 한기까지 뿜어나와 늘 긴팔 옷만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쇼핑몰 직원 한모(37ㆍ여) 씨도 “직원들보다 손님들이 시원해야 하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는 직원들은 알아서 긴 옷을 챙겨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에어컨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면서 냉방병 환자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전국 192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감기로 입원한 환자는 1393명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을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대형 실내 시설의 경우 온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탓에 추위를 피할 수 없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알바몬이 최근 알바생 1435명을 대상으로 ‘근무지 온도’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가 근무지의 온도를 조절하지 못한 채 더위나 추위를 참으며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3%가 더위 또는 추위를 느끼며 일한다고 답했으며 근무지의 온도가 쾌적하다고 느끼는 알바생은 37%에 불과했다.

근무지의 온도를 자신이 원하는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냐는 질문에 46.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근무지의 온도를 조절할 수 없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8%가 ‘냉난방기를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라고 답했고 ‘손님들이 원하는 온도에 맞춰야 해서(15.5%)’, ‘함께 일하는 분들과 희망온도가 달라서(12.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춥게 느껴질 경우 대처 요령으로는 ‘그냥 참는다’가 42.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가디건 등 겉옷을 걸치거나(45.9%)’, ‘따뜻한 차(30.6%)’를 마신다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냉방병 문제는 대형 실내 시설 직원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택시 기사들 역시 냉방병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

9년차 택시 기사 한모(61) 씨는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이지만 더운데 있다 탑승한 손님들은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를 원한다”며 “승객마다 시원하다고 느끼는 온도도 다르니 거기에 맞춰서 웬만하면 에어컨 설정 온도를 낮게 유지하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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