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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와 싸우는 사람들④] “헬멧ㆍ장비는 써야하니…” 배달원의 여름은 더 가혹하다
여름철 더위가 심해지며 배달 음식을 찾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배달원들은 여름 더위를 견디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차ㆍ지면 열기 이중고에 배달길이 지옥길” 호소
-냉방 조끼 등으로 대처해보지만 폭염에 속수무책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올해로 3년째 배달대행 일을 하고 있다는 이병훈(33) 씨는 오토바이를 세우면 헬멧부터 벗어 던진다. 헬멧 안은 이미 땀과 열기로 가득했지만, 이 씨는 머리에 물을 뿌리고 다시 헬멧을 머리에 썼다. 다음 배달 일정이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1㎞ 정도만 달려도 헬멧 안에 습기가 가득해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며 “요즘 배달원 사이에서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 씨는 이날 건당 3000원 꼴의 배달 업무를 쉼 없이 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점심 배달 업무가 마무리됐고, 오토바이에서 내린 이 씨는 각종 안전장구부터 풀어헤쳤다. 무릎보호대와 가슴보호대를 벗자 속은 이미 땀 범벅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 씨가 하루 평균 버는 돈은 15만원 남짓. 오토바이 사용료 등을 제외하면 10만원 정도가 남는다. 이 씨는 “차에서 나오는 열기와 지면 열기가 더해지면 배달길이 지옥길 같다”며 “쿨토시를 물에 적시는 정도가 유일한 대처법”이라고 말했다.

배달원들은 쿨토시와 냉방 조끼 등으로 더위를 견디고 있지만, 기록적 폭염 앞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사진은 배달을 마치고 주차를 하는 배달원 모습.

이처럼 여름철 도로를 내달리는 배달원에게 여름은 다른 계절보다 더 가혹하다. 두꺼운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오토바이에 올라탄 배달원들을 위해 회사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폭염 앞에는 ‘언 발에 오줌누기’ 일 뿐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배달대행 전문 업체에 소속돼 일하고 있는 배달원 손모(28) 씨 역시 요즘 배달 일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손 씨는 “헬멧도 쓰지 않고 배달하는 사람도 자주 목격한다”며 “안전장비도 중요하지만, 요즘 같은 날에는 시원하게 달리는 게 부러울 보일 때도 있다”고 했다.

식품 등 냉장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배달원 박모(40) 씨도 여름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스팩과 냉매제가 가득한 포장지 속에서 상품은 신선하게 유지되지만, 정작 배달을 하는 박 씨는 일이 몰려 냉수 마실 틈조차 없다. 박 씨는 “고객들이 물을 한 잔씩 줄 때가 있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배달원들의 호소가 잇따르면서 업체도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최근 폭염으로서 배달 음식 수요는 급증했지만, 정작 배달원들은 건강까지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배달대행 전문 업체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만 450여명의 배달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한 달 동안 1800만건의 배달 음식 주문이 몰렸다”며 “배달원들에게 쿨토시 등을 제공하지만, 너무 더워 별로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배달대행 업체 역시 “배달원들의 휴식공간에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등을 항상 채워넣고 있지만, 뜨거운 도로 위에서 배달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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