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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와 싸우는 사람들③] “얼굴에 땀띠 나 보셨어요?” 극한직업 인형탈 알바
서울시내에서 고양이 인형탈을 쓴 근무자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 [제공=연합뉴스]

-더위ㆍ악취ㆍ 좁은시야 삼중고에 시달려
-“근무 끝나면 탈수증에 다리 후들거리기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수영장 갔다온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부어 올라요. 휴족시간(발 붓기제거 팩)을 얼굴에 붙이고 싶을 정도에요.”

한 백화점 인근에서 인형탈 알바를 하는 김모(25) 씨에게 최근 닥쳐온 폭염은 지옥과도 같다. 여름이니 당연히 더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올해 여름은 유독 더워 크게 애를 먹고 있다.

김 씨는 “더운 날엔 탈에서 나는 냄새도 심해진다“며 “더위와 냄새, 그리고 탈을 쓰면 좁아지는 시야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힘든 무더위지만, 김 씨와 같이 인형탈 알바생들에게는 무더위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시야가 캄캄해지는 무거운 탈을 쓴 채 두툼한 솜으로 만들어진 마스코트 인형 옷을 입고 일을 하면 ’걸어다니는 한증막‘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일을 쉴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알바생 아닌 전문 에이전시에 소속된 직업인이다. 인형탈 직원들이 소속된 전문 에이전시가 인력이 필요한 곳에 사람을 파견하다보니, 파견은 회사와 회사 사이의 계약이 된다. 직원이 덥다며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계약 파기’가 된다.

단기알바로 일을 하는 경우엔 특히 일을 쉴 수가 없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인형탈 근무자들은 더운 날씨에도 이를 감수하고 묵묵히 현장에 나가고 있다.

알바생 최모(23) 씨는 “수차례 탈을 집어던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라며 “아이스팩을 인형탈 안에 넣고 싶은데 금방 녹거나 물이 샐까봐 이마저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참가한 구단 마스코트 인형탈 근무자들이 더운날씨 탓에 구장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모습. [제공=연합뉴스]

인형탈 근무자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야구장이다.

각 야구단에서는 대행사를 쓰거나 직접 고용을 하면서, 마스코트 인형탈 근무자를 충당하고 있다. 응원석에 응원온 관객들의 흥을 돋궈 주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두산베어스 4년차 ‘철웅이(마스코트명)’ 씨도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근무자다. 구단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그지만 올 여름 불볕더위는 더욱 매섭게만 느껴진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나면, 탈수증세로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경기가 팽팽해서 응원열기가 뜨거운 날이면 그만큼 많이 뛰어다녀서 더욱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주위 근무자들 중에는 얼굴에 땀띠가 나거나, 피부가 많이 상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인형탈 근무자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이들을 위한 휴게시설은 열악하다는 중론이다. 상당수는 마땅한 휴게 시설이 없어 창고에서 휴식을 취한다. 경기가 끝난 뒤 땀범벅으로 귀가하는 경우도 잦다.

힘든 건 근로자 뿐만이 아니다. 인형탈 인력을 구하는 업체들도 무더위가 닥친 여름이면 인력난에 시달린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한 달 동안 일하기로 약속했던 직원이 하루를 못버티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여름에는 평소 들어오던 알바 지원이 봄 가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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