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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의 사회학⑩] “시간ㆍ돈 부족하니”…직장인들 구내식당으로 유턴
[사진=헤럴드경제DB]

-“날도 덥고 시간도 없어”…높아진 물가도 한몫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의 한 통신회사에 다니는 이수정(29ㆍ여) 씨는 요즘 점심마다 식당을 예약해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별다른 일정이 없는 팀원들은 점심마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최근에는 날씨가 더운데다 비싼 주변 식당가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외부 식당에서 회의를 겸한 점심 회식이 있기는 하지만, 한정된 공용 예산 탓에 한 달에 두 번꼴로 진행된다. 대부분은 구내식당에서 빨리 식사를 끝내고선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본다. 이 씨는 “최근에는 점심시간에 업무지시를 하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와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사무실 안에서도 점심시간에 눈치를 보지 않고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52시간 근무제의 영향과 가벼워진 직장인들의 지갑 사정이 겹치면서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시간 절약과 비용 측면에서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려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한때 외면받았던 구내식당의 인기가 다시 오르고 있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이성준(27) 씨도 요즘 점심과 저녁을 모두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있다. 회사가 야근을 사실상 제한하는 등 업무시간을 대폭 줄였지만, 정작 업무량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저녁 식사를 인근 식당에서 해결했지만, 최근에는 빡빡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저녁도 구내식당에서 빠르게 해결하는 편이다. 이 씨는 “줄어든 업무시간 안에서 똑같은 업무를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절약되는 구내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주요 서비스산업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포함한 1일 평균 휴식시간은 39.6분에 그쳤다. 법적으로 주어진 점심시간은 1시간이지만, 상당수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뿐만 아니라 가격도 직장인들에게는 중요하다. 최근 크게 오른 물가 탓에 직장인들의 주머니는 그만큼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관련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의 기준점을 묻는 질문에 직장인의 25.5%가 ‘직장인 점심값을 물가와 연동하자’고 답했을 정도로 직장인들에게 점심 물가는 민감한 소재다.

그러나 구내식당의 인기는 직장인들의 삶이 그만큼 팍팍해진 거라는 목소리도 있다. 15년차 직장인인 김병도(46) 씨는 “예전에는 구내식당이 싫어 주변 맛집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다시 구내식당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그만큼 시간적ㆍ금전적 여유가 없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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