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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의 사회학⑨] 주차 쉽고, 자주가는 길목에…기사식당의 스피드 점심
기사식당 주차장에 늘어선 개인택시 차량들. 이곳에서 법인택시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간이 돈…혼잡한 시간은 피해

“첫번째 기사들이 자주 가는 길목에 위치할 것. 두번째 주차장이 완비돼 있을 것. 세번째 언제든 빨리 나갈 수 있도록 회전률이 좋은 식당일 것.”

서울시내 기사식당들에는 이같은 입지적 특성들을 갖는다. 성북구 성북동과 용산구 한남동, 서대문구 연희동, 동대문구 홍릉 일대 등. 강북의 ‘기사식당 촌(村)’들은 모두 이같은 입지를 갖추고 있다. 주변에 유흥가를 끼고, 주유소가 인근에 자리한다. 주차장소도 넉넉한 편이다.

무더위가 찾아온 지난 23일 기사식당 촌 중 한 곳인 성북구 성북동 일대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돼지갈비와 돈가스, 해장국, 백반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기사식당이 있다. 점심시간대 방문한 이곳 식당가 곳곳에서는 주차된 차량과 식당 앞에서 담배와 커피를 즐기는 택시기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조모(58) 씨는 “동대문ㆍ대학로에서 일을 마치고 시간이 남을 때 성북동을 찾는다”면서 “다른 곳보다 메뉴가 다양해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 음식값은 시중 식당들과 비교했을 때 싼 편은 아니다. 돼지갈비는 8000원 이상, 돈가스는 9000~1만원 사이다. 대신 점포마다 주차요원이 있어 차를 대기 쉽고, 음식도 빨리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택시기사 진모(51) 씨는 “김밥천국이나 싼 백반집이 5000~6000원 정도지만 그런 곳은 주차가 쉽지 않다”며 “주차비가 포함됐겠거니 생각하고 음식을 먹으러 온다”고 설명했다.

가게마다 찾아오는 기사 수는 하루에 최소 100명 가량이다. 택시기사들은 주로 점심시간을 피해서 식당을 찾는다. 식당에서 대기하느라 시간을 뺏기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택시는 식사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고 12시간 교대근무라 밥을 먹으면 그만큼 일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

성북동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윤수미(48ㆍ여) 사장은 “아침식사는 오전 9시~10시, 점심때는 오전 11시~12시, 저녁은 오후 5~6시나 오후 8~9시 등 식사시간을 피해서 기사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옆집인 쌍다리돼지불백의 주차요원 A씨도 “(택시) 기사님들은 주로 식사시간 한시간 전후로 와서 빨리 식사를 하고 나간다”고 했다.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도 대부분은 개인 택시 기사들이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끼니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 노모(64) 씨는 “낮시간에는 12만원, 밤에는 16만원씩 사납금을 내야 한다”면서 “낮기준으로 40분이상 장거리 손님 10명을 태워야만 사납금을 맞추는데 손님을 기다리는 대기시간 등을 고려하면 아예 식사시간을 못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택시기사 김모(48) 씨도 “집에서 오전 4시에 나올때 고봉밥을 쌓아서 배부르게 먹고 나와 정오 즈음에는 집에서 싸온 빵과 과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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