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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기자 폭염속 소방관 체험기] 25㎏ 소방관 방화복…덥다못해 녹아…
19일 폐건물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서울 광진소방서 대원들.

방호헬멧·공기호흡기 숨이 턱…
공기통 메고 3층에…심박수 2배
폐건물 이용 쉼없이 구조 훈련
생명 구한다는 일념으로 버텨…
쉴때 “고생했다”며 서로 격려

“화재 출동, 화재 출동!” 사이렌이 울리자 소방대원들이 쏜살같이 구조차에 올라탔다. 구조차에 올라타자마자 소방대원들은 순식간에 의자에 걸려있는 방화복을 입었다. 몇초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화복을 입는 모습이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신고를 받은 건물에 들어가니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목이 따가웠다. 옥상에 도착해보니 담배를 제대로 끄지 않아 생긴 화재였다. 허탈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긴장이 풀리면서 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오후 12시45분, 출동 8분만에 상황은 종료됐지만 여운은 길었다. 복귀하는 차 안 대원들이 방화복을 벗자, 차가 흔들릴 때마다 땀이 바닥에 후두두둑 떨어졌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렸던 지난 19일 소방관 체험을 하기 위해 서울 광진구 광진소방서를 찾았다. 실제 방화복을 입어보니 땀이 나다못해 녹는 기분이었다. 방화복에 공기통까지 메니 잊고 있었던 행군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들이 착용한 방호헬멧, 방화복, 안전화, 공기호흡기 등의 무게를 합치면 25kg에 달한다.

장비까지 들고 3층 계단을 올랐더니 기자의 스마트 워치의 심박수는 평소의 두 배인 ‘159bpm’을 가리켰다. 당황해 하는 기자에게 최성훈(36) 대원이 말했다. “아파트 같은 데서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가 없다. 그런 때는 11층 이상 되는 높이를 걸어 올라가야 할 때도 있다”

가만 있어도 무더위에 몸이 증발할 것 같은 날씨였지만, 소방대원들에게 무더위는 큰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이들은 그저 사이렌이 울리면 자동적으로 뛰어나갔다.

오후 3시25분. 다시 사이렌이 울렸다. 화장실을 가려던 기자가 보통 화장실에 있을 때는 어떻게 하냐고 묻자, 황범희(33) 대원은 “샤워하고 있는 중이더라도 물만 닦고 나간다”고 답했다. 

출동을 앞둔 대원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사진=성기윤 기자

다급하게 구조차량에 올라탔지만 도로가 꽉 막혀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대만 협조를 안 해줘도 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출동도 하기 전에 다시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 사이 “광진구조대 빨리 와주길 바람”이라고 무전은 계속 울렸다. 기자는 안절부절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허둥지둥하는 기자와 달리 대원들은 침착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다른 구조자가 도착해 있었다. 다행히 환자의 의식도 있었다. 안도도 잠시 대원들은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다시 또 언제 어디서 출동 명령이 떨어질 지 몰라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엔 구조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은 매년 진행되는데 이날은 폐건물을 이용해 벽을 지지하고, 벽에 구멍을 내고, 바닥을 드러내는 연습을 했다. 강재민(40) 소방장은 “제천 화재사고가 나고 나서는 다중이용업소 시설 구조 훈련을 해오고 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왜 1년 중 가장 더운 때에 그늘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훈련을 하는 걸까. 김종수(46) 대원은 “철거하는 건물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데 항상 폐건물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마침 근처에 재건축 지역이 있어 협조를 구해 훈련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햇빛이 달궈놓은 시멘트 벽은 뜨거웠다. 땀이 흘러내려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김 대원은 “지금의 훈련이 나중에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꿀맛 같은 휴식시간. 대원들은 “고생했다”고 인사했다. 아무리 작은 사건이 있었더라도 꼭 이렇게 인사를 한다. 위급하고 힘든 일을 함께 헤쳐나간 동료들 사이에서 생긴 끈끈한 동료애다.

소방대원들에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눈빛이 다시 빛났다. 이들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고맙다고 이야기 해줄 때 가장 보람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 대원은 “산에서 노부부를 구조한 적이 있는데 다음에 부부의 아들이 직접 찾아와서 감사 인사를 했었다”면서 “그럴 때 대원들은 소방관으로서 뿌듯하다”고 웃었다.

일정을 마친 오후 5시께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었음 좋겠지만 강렬한 태양이 아직 머리 위에 꽂혀 있다. 온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했다. 정직하게 흘린 농도 짙은 땀이었다. 

정세희ㆍ성기윤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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