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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막 오른 美中 환율전쟁, 정부와 기업 철저한 대비를
미·중 양국의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두 나라와의 교역 비중이 큰 우리로서는 새우등 터질 일에 열대야보다 더한 불면의 밤을 지새우게 된 것이다.

미국은 연일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고 있다. 오래전부터 강 달러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불만을 표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달러화가 너무 강한데 비해 중국 위안화는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면서 대놓고 중국을 비난했다. 21일에는 아예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불법적인 환율 조작이나 나쁜 무역 협정 때문에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도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달러 대비 위안화의 기준환율을 6.7671위안으로 전날보다 0.9%나 올려버렸다. 지난해 7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2년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안 그래도 위안화 가치는 5월 초 대비 6% 이상 떨어진 반면 달러화 가치는 연초 대비 4%가량 오른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이 환율 전쟁의 엄포를 놓자 중국이 먼저 미사일을 날려버린 셈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우리는 위안화 환율이 조작된 것인지 관찰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 문제가 오는 10월 15일 발행되는 재무부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면밀하게 검토될 것”이라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으로 되받아 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앞으로 환율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1980년대 미국은 엄청난 대일 무역적자 문제를 엔고로 몰고 가는 ‘플라자 합의’로 풀어냈다. 그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중국이 환율 전쟁에서 물러날 여지는 없다.

문제는 우리의 원화 역시 환율전쟁의 태풍 속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원화는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조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원화와 위안화의 30일 이동 상관계수는 0.9를 넘어서고 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가 강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1130원을 넘나들고 있다. 9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화 환율 상승은 분명 수출에 유리하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와중에 높아지는 환율 불안정은 그 자체로 한국경제에 엄청난 충격이다. 외환시장뿐 아니라 증시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등 실물경제에 전방위적인 불안정성을 몰고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까지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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