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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하준“한국경제 위태…해법은 산업정책 부활·복지확대”
‘나쁜 사마리아인들’ 특별판 출간
전략산업 지속육성, 지금도 ‘유효’
높은 자영업자 비율, 복지미비 탓
재벌기업과 사회적 대타협도 필요

“지금 정말 우리나라는 위태로운 상환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서 제도 도입할 거 하고 틀을 바꾸지 않으면 정말 큰 일 난다.”

장하준<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장 교수의 대표 저작이자 베스트셀러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2008년 국방부에 의해 불온도서로 지정된지 10주년을 맞아 출간된 특별판을 소개하고 책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2007년 우리말로 번역·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당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근사한 구호 아래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신자유주의 담론의 허실을 분석한 책이다.

장 교수는 “한국은 90년대 초반부터 추진한 금융자유화가 잘못되는 바람에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원인을 금융자유화가 아니라 국가주도의 개발모델에서 찾으면서 기업투자가 급감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경제 성격도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고용 안정성이 약화되고 불평등도가 높아져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살기 힘든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산업정책의 부활과 획기적인 복지의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유망 산업을 골라 육성하는 위너피킹(winner picking)은 과거 우리가 많이 했던 선별적 산업정책의 핵심이다. 주주자본주의에 따라 자기가 잘하는 것만 했다면 삼성은 여전히 청과물 회사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반도체 만들어서 7년 적자 봤는데 그게 위너피킹이다. 많은 기업이 처음에 저부가가치, 저생산성으로 시작해서 최소한 서너번의 위너피킹을 해야 대기업이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경제성장기 때처럼 정부 주도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전략 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이 정부 주도로 컴퓨터, 인터넷, 반도체, GPS, 생명공학 산업을 일으킨 것을 들었다.

장 교수는 또한 복지를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주문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도 복지가 뒷받침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엄청나게 높은데 이건 기본적인 복지가 잘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기업 다니다 실직하고 나면 생계형 창업을 하다 보니, 다른 나라 같으면 자본가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본가가 된 거죠. 동네 자영업자에게 재벌기업과 똑같이 최저임금 하라고 하면 말이 되겠습니까.

장 교수는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선 재벌기업들과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김정은 위원장과도 타협하는데 재벌하고 왜 타협을 못하겠냐”면서“대타협은 재벌이 무얼 원하니까 무얼 주자와 같은 도식적인 게 아니라 서로 포용하면서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호진 기자/m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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