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손님도 줄었는데 잘리는 거 아닌지”…알바의 한숨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식당. 주말 점심시간이었지만 식당에 사람이 없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업주가 힘들어 해…반갑지 않아”
“시간 쪼개기등 받는 돈은 똑같아”
“물가 오르면 소용없는데…” 걱정

“가뜩이나 손님 없고 힘든 거 뻔히 아는데 눈치 보이죠.”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서 갈비찜 식당에서 2년 째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42ㆍ여) 씨가 빈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때마침 텔레비전에선 내년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당장 올해 초 점심시간 근무하던 종업원 1명이 일을 그만 두는 것을 본 이 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꼭 아르바이트생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서너 테이블 손님 받고서 집 갈 때는 이러다 나도 잘리는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주변 카페 종업원들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초부터 카페 카운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최모(32) 씨는 “사장님이 오픈 때 시작한 ‘아메리카노 2000원’ 이벤트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면서 “싸지 않으면 사람들이 안 찾아 커피 가격은 못 올리고 있는데 인건비는 많이 나가니, 당장 알바생부터 줄일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식당. 주말 점심시간이었지만 식당에 사람이 없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지만 시간당 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알바생들은 올해 초 최저임금이 오를 때 느꼈던 기대와 실망을 기억하고 있었다.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윤아람(가명ㆍ여) 씨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혜택을 볼 줄 알았지만 알바 시간을 쪼개 받는 돈은 똑같았는데 내년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치솟는 물가 때문에 내수활성화에 별의미가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PC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승윤(22) 씨는 “의식주에 드는 비용도 늘어나고 있는데 누가 돈을 쓰고 어떻게 내수가 좋아지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선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외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당분간 진통이 있더라도 최저임금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서울 종로구의 카페 알바생 이모(31) 씨는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해야 최저임금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그동안 비정상이었던 거지 한국 경제 수준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결코 과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임대료 상승, 원재료비 상승, 외식 감소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작년에 이은 두 자리 수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시급 몇 백 원 인상이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어려운 시기에는 그 또한 너무나도 힘들다”며 “수수료 등 나가는 돈이 너무 많은데 그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가장 만만한 게 사람을 줄이는 게 아니겠느냐. 자영업자들이 악덕한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라고 했다. 

정세희 기자/say@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