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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시장, 스스로 변해야 산다 下] “팔고 싶나요? 기본부터 다지시죠”
서울 송파구 새마을시장 모습.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친절, 간편ㆍ투명거래부터 먼저…”
-전통시장 특성화는 그 다음 과제로
-안전ㆍ주차 등 편의도 신경 써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동네 손바닥만한 전통시장까지 잘 된 곳만 베끼려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평화시장서 만난 서지예(51ㆍ여) 씨는 “잘 된 시장들은 모두 ‘기본’이 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먼저 시장 역할부터 충실히 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시민이 전통시장에게 시급히 바라는 점은 ‘기본’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곳곳 전통시장에서 만난 서울시민은 친절, 간편ㆍ투명 거래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또한 ‘시장 스스로의 변화’로 수렴된다. 이어 안전 보장, 손 쉬운 주차, 눈ㆍ비를 막아주는 환경 조성을 언급했다. 전통시장 특성화 등 스토리를 입히거나 상징물을 세우는 것은 그 다음 과제라는 지적이다.

시민은 친절을 최우선 순위로 강조했다. 특히 젊은 시민은 상인의 반말, 막무가내인 태도에 불쾌감을 내비쳤다. 

서울 송파구 새마을시장 모습.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송파구 새마을시장에서 만난 조민영(31ㆍ여) 씨는 ”손님인데 어려보인다며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상인이 있다“며 ”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요즘 시대에선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장에서 만난 길모(39) 씨는 ”원산지를 물어보니 맛은 다 똑같다며 되레 짜증을 내더라“며 ”가격만 물었는데 비닐안에 물건부터 담고보는 상인도 꽤 있다“고 했다.

간편ㆍ투명한 거래의 필요성도 단연 제기됐다.

용산구 만리시장에서 본 박세웅(49) 씨는 “수수료를 피하려고 현금을 고집하면 있던 방문객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산지도 정확히 알려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더 나아가 되찾아온 방문객의 교환ㆍ환불 요청도 받아줘야 대형마트와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은 서울시가 자영업자를 위해 카드 수수료를 줄여주겠다며 개발중인 ‘서울페이’에 의구심을 보였다. 용산구 만리시장에서 만난 김인주(35ㆍ여) 씨는 “ 서울페이’가 정착되면 현금 거래 문제가 나아진다고 하나, 대부분 중노년층인 상인이 이 기술을 빨리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시민 상당수는 화재 등 안전에도 큰 불안감을 내비쳤다.

지난 9일 광진구 구의시장에서 마주한 이명수(59) 씨는 “요즘처럼 불이 많이 나고 건물이 폭삭 내려앉는 시대가 없는데, 전통시장에서 잘 관리되는 소화기를 본 일은 드물다”며 “눈길 닿는 곳은 모두 전선이 꼬여있는 것 또한 신경 쓰이는 점”이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 전통시장 상당수는 안전 개선이 시급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내에는 전통시장 352곳(상점가 포함)이 있다. 이 가운데 42.8%(151곳)가 화재 안전등급이 ‘보통 이하’다. 화재 안전등급은 전통시장 내 소방시설ㆍ안전관리체계 등 소방환경에 따라 매겨진다. 전통시장 5곳 중 2곳 이상은 화재 위험성에 노출된 셈이다.

주차공간 확충, 날씨 상관없이 장을 볼 수 있도록 아케이드(지붕) 설치 등이 주요 요구사항으로 언급됐다. 현재 서울에서 전통시장이 가장 많은 중구(36곳)만 해도 주차장이 있는 곳은 27.7%(10곳), 아케이드가 있는 곳은 8.3%(3곳)밖에 안 된다. 같은 날 용산구 신흥시장에서 만난 박지형(44) 씨는 “차가 막히거나 비가 오면 전통시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한국유통학회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먼저 인근 주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큰 사업보다 이들 오해를 풀 소소한 사업을 잘해야 ‘롱 런’의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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