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 난민 인권과 진보정당
“스웨덴은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여 어떻게 됐나 보세요” “타하루시라는 말을 한번 인터넷에 쳐보세요”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면 한국은 급속도로 이슬람화가 될 겁니다“

요새 우리나라의 논쟁거리 중의 하나는 ‘난민’문제다.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7월 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3.4%, 찬성 응답은 37.4%였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정당들은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이 문제에 대한 입장 표면을 유보하고 있다. 의원 개개인 차원에서 난민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현상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진보는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찬성을 보여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진보라고 주장하는 정당들조차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의 가장 중요한 이념적 기반은 인권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의 색체가 뚜렷한 정당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유럽을 보면, 진보 정당들은 난민의 적극적 수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보수 정당은 난민 수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부각시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이는 북한 인권문제에서도 나타난다.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오히려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인권문제의 열악성이 우리나라 진보 정당들에게는 2차적인 문제처럼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통일을 주장해야 하는 이유도, 인권적으로 열악한 상황 속에 놓인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함에도, 진보 정당들의 통일에 대한 입장을 보면, 통일이 앞에 가고 인권은 거기에 묻혀있는 꼴이다. 이는 분명 진보 정당이 취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진보적 정당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잠시 접어두자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평화 추구가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추구하는 행위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진정한 의미의 평화란 당연히 인권이라는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평화를 이루고 그 다음에 인권문제를 거론하자는 식의 접근은, 순간적인 평화는 달성할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평화와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난민문제도 마찬가지다. 진보 정당들의 입장에서도 난민이라는 ‘인권’보다는 ‘표’ 생각이 먼저 드는 모양이다. 물론 의회민주주의에서 ‘표’는 중요하다. 정당이 정당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표’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표를 얻는 방식이다. 즉 표를 얻는데 있어서, 자신들의 입장을 ‘위장’하거나 ‘의도적 침묵’을 유지하면서, ‘모호한’ 전략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진보라는 이념을 앞세워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원칙인 이념 지향적 정당이 취해야할 전략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진보 정당이라면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히 개진하고, 이를 통해 진보 지향적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것이 올바른 표의 획득 전략이라는 말이다. 더구나 잘못된 인식과 잘못된 정보를 진실로 믿고, 이를 바탕으로 난민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많다면, 진보 정당들이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 줘야한다. 즉, 진보들이 나서서 이런 정보는 잘못된 것이며,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난민들을 받아줘야 한다고 떳떳이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유럽 진보 정당들은 정치적 난민은 물론 경제적 난민, 더 나아가 환경 난민들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편다. 그런데 요새 우리나라를 보면 정치적 난민만 인정하자는 쪽으로 모든 정당들의 입장이 정리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분명 난민 개념이 확장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는 거리가 있는 입장이다. 이런 측면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진보정당들은 세계적 기준으로서의 진보는 아닌 것 같다. ‘표’만 있고 ‘인권’은 사라진 진보는 단지 ‘유사 진보’ ‘자칭 진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진보 정당들은 자신들의 현주소가 어떤지 지금 이 순간 생각해 봐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