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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의 사회학①]“밥은 무슨, 점심시간이 피크타임인데요” 점심때가 더 바쁜 사람들
점심시간대 북적이는 한 카페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은행ㆍ병원ㆍ카페 등 서비스업종 중심
-‘남들 쉴때 일’…제때 식사 못하는 경우 많아
-주 52시간근무, 이들 종사자에 돌파구 될까

<점심(點心ㆍ마음에 점을 찍는다). 점심은 삼시세끼 중 유일한 한자어 입니다. 하루 24시간 숨가쁘게 살아야만하는 현대인들에게 점심은 특별한 의미가 더 합니다. 아침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채 하루 8시간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느낌표’를 찍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일부 직종 근로자인 경우 점심 한 끼 제대로 챙겨먹기 불가능합니다. 오후 12시가 되면 회사밖으로 뛰쳐나가 주어진 한시간 동안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하거나, 사교 모임을 갖기도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시대, 점심시간을 이용한 팀회식도 늘어났습니다. 공무원 준비생이 몰리는 서울 노량진에서는 싸고 간편한 혼밥이 대세입니다. 하루의 중심이 된 대한민국의 점심시간 풍경, 헤럴드경제가 15회에 걸쳐 들여다봅니다. 당신의 점심은 안녕하십니까? [편집자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서울의 한 백화점 인근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김모(43) 씨의 병원은 점심 쉬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 적지않은 백화점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수액을 맞으러 내원하기 때문이다. 동료와 함께 병원을 운영하는 김 씨는 동료 의사와 번갈아가며 식사를 한다. 간호사들도 번갈아 식사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다.

#. 스타벅스는 정오에서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에 근무자를 평소보다 더 많이 편성한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대가 카페가 가장 많이 붐빌 시간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브런치 메뉴들이 늘어나면서 점심시간 이용객이 급증했다. 

점심시간대인 정오께(왼쪽)와 오전 11시께 다른 편의점 모습. [독자제공]

대부분 직장인들에게는 가장 긴 휴식시간인 점심시간.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바쁜 이들이 있다. 식사는 언감생심이다. 은행이나 병원, 카페, 식당, 매점, 편의점과 같은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근무자들이다. 남들에겐 ‘점심 시간’이 그들에겐 ‘업무 피크 타임’이 된다.

이들에게는 직장인들이 식사를 마친 오후 12시 30분 전후가 가장 바쁜시간이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개인용무를 보기 위해 서비스업체를 찾기 때문이다. 

한 동네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부분 병원은 오후 1시 이후를 점심시간으로 운영한다. 애초에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경우도 많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주로 지방에 ‘거점’처럼 존재하고 있는 병원들은 점심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방은 버스 등 대중교통 시간 간격이 30분~1시간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점심에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을 거절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은행의 경우 직원들이 교대 근무로 부지런히 식사를 마치고 와서 근무를 진행하고, 카페나 편의점 등 점포는 바쁜 시간대에 직원을 추가로 편성한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이들 ‘점심 피크형’ 서비스산업 종사자들이 제대로 식사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금융경제연구소가 지난해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점심시간을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직원은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이들 종사자가 휴식할 때는 다른 동료들이 그의 몫까지 해야 때문에 휴식시간 근무자는 평소보다 업무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성모(34ㆍ여) 씨는 “점심시간이 지켜지는 편이지만, 점심시간에 상담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많아서 쉴 때도 계속 전화응대를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이들 서비스업종 종사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인 서비스업종에서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곳을 방문하는 직장인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대상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점심 여가시간이 엄격해져 개인용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예전에는 (손님들이) 앉아서 50분 이상 머무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워라밸을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근무 시간에 카페 이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있다”고 귀띔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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