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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거냐 이혼이냐’ 흔들리는 브렉시트…메이 총리 ‘최대 위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제공]

메이의 ‘온건한 방식’ 탈퇴에 반발
장·차관 줄줄이 사퇴…집권당 분열
주도력 약화…EU 결별 난항 예상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온건한 방식의 영국 유럽연합 탈퇴) 전략이 역풍을 맞고 있다. 여기에 반발한 장·차관들이 줄사퇴하면서 집권당 내부 분열이 표면화했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협상 주도력도 약화해 영국이 45년간 몸담았던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과정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과 EU의 완전한 결별을 추구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파인 보리슨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안에 반발해 전격 사임했다.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차관이 같은 이유로 사임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결정이다.

존슨 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브렉시트는 기회와 희망만을 다뤄야 한다”며 “메이 총리의 연약한 브렉시트 계획이 채택되면 영국은 식민지 지위로 향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외신들은 브렉시트 전략을 둘러싼 갈등이 장·차관의 줄사퇴와 같은 혼란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영국은 내년 3월29일 EU를 공식적으로 탈퇴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탈퇴 조건은 만들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의 공산품·농산물 시장을 EU 단일시장과 밀접하게 연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즉각적인 관세동맹 탈퇴 등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그 배경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강경 노선을 밀어붙이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해 리더십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 민주통합당(DUP)과의 연정 합의로 간신히 보수당 정권과 총리직을 유지하게 된 후 이전보다 온건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하드 브렉시트’파는 ‘반쪽짜리 탈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당초 브렉시트의 목적이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혜택을 포기하는 대신 자국 실정에 맞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EU와의 관계가 확실하게 재설정돼야 이민을 통제하고 국경 안보를 추구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영국 내에서도 브렉시트 협상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이 늘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15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4%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브렉시트 협상에서 메이 총리 말고, 다른 보수당 인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도 절반(약 44%)에 가까웠다.

영국 내 정치적 분열은 브렉시트 협상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영국 외무장관과 브렉시트부 장·차관이 모두 사임한 것은 영국 내에서도 브렉시트 계획이 지지를 받기까지 도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영국 정부의 정치적 결속력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또 “영국이 최근 제안한 방법은 EU가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이 상품 부문은 자유협정을 원하고, 서비스 부문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체리피킹’(Cherry Picking·좋은 것만 골라가는 행위)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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