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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원구성 진통 ‘법사위’가 뭐길래…
입법과정 체계·자구심사 등 막강 권한
민주등 범여, 권한 축소 등 공론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원내수석 회동이, 9일에는 원내대표 회동이 열렸지만 합의 도출에는 이르지 못했다.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는 법사위원장은 입법 과정에서 체계ㆍ자구심사라는 절차로 인해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입법과정상 소관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기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절차가 법사위의 체계ㆍ자구심사이다.

‘체계심사’를 통해 법안내용의 위헌여부, 다른 관련 법률과 저촉되는지 여부, 자체조항 간의 모순유무를 심사하면서 법률형식을 정비한다. ‘자구심사’는 법규의 정확성, 용어의 적합성과 통일성 등을 심사해 각 법률 간 용어의 통일을 기함으로써 법률용어를 정비한다.

그러나 법사위 체계ㆍ자구심사가 단순히 법안의 체계ㆍ자구의 범위를 벗어나서 소관 상임위가 의결한 법안내용을 수정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법사위와 소관 상임위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체계ㆍ자구심사절차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돼 왔다.

제17대 국회부터 법사위 위원장을 제1야당에서 맡으면서 체계ㆍ자구심사 절차를 야당이 반대하는 쟁점법안의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회입법사무처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인 전진영 박사는 국회입법사무처가 발행하는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원내정당간 입장차이가 첨예한 쟁점법안의 경우 소관위원회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필수절차인 법사위의 체계ㆍ자구심사는 입법과정에서 또 다른 비토지점(veto point)으로 기능한다”며 “결국 법사위에서 쟁점법안을 둘러싼 당파적인 대립과 이로 인한 입법교착은 입법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회 원 구성에서도 원내 1, 2당이 법사위원장직을 반드시 차지하려고 하는 배경에도 법사위원장이 게이트 키핑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원내대표간 법안처리에 합의됐던 쟁점법안이 법사위원장의 심사거부로 처리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진 박사는 “국회에 법률 전문가가 드물던 제2대 국회에서 도입된 법사위 체계ㆍ자구심사는 입법과정의 효율화 측면에서 여전히 필요한 절차인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회와 개별 당 차원에서도 개선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국회의장 산하에 구성됐던 ‘국회운영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법사위 체계ㆍ자구심사 절차를 폐지하는 대신, 소관위원회가 별도의 체계ㆍ자구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제실에 의견을 요청하도록 하고, 소관위원회가 법제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의장이 전원위원회 개최를 요구해 상임위 심사법안을 숙고해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은 타 상임위 법안에 이견이 있으면 해당 상임위로 회부해 수정 의결을 거치고, 이후 본회의로 바로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정 의결 시 체계ㆍ자구심사는 국회의장에 위임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교섭단체로 구성한 평화와정의의의원모임도 이같은 방안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 제 1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가져갔던 기존 관행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당은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태형 기자/t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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