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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월드컵,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월드컵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는 했지만, 세계 1위 독일을 2대 0으로 물리치는 쾌거를 이루며 박수를 받았다.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에서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하는 희생정신을 보았으며, 이를 통하여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뿐 아니라 개인화와 경쟁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흐름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도박사의 예측은 월드컵 시청을 좀 더 풍요롭게 한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축구 도박사들은 축적된 논리와 경험으로 신중하게 예측을 하며 적중률도 높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도박사들은 한국이 독일을 2대0으로 이길 확률을, 독일이 한국을 7대0으로 이길 확률보다 낮게 예측을 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인공지능도 예측을 내놓았다.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의 연구팀은 기계학습 방법으로 2018년 월드컵의 우승팀에 대해 예측을 했는데 그 결과 스페인의 우승 확률이 17.8%로 가장 높았다. 이 결과는 도박사들이 예측한 결과와는 조금 다른데, 도박사들의 우승 예상팀은 브라질이 확률 16.6%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인공지능은 과거 축구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월드컵 결과를 예측한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축구 전문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전문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사심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오직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아무리 냉철하다고 해도 분위기나 감정에 치우칠 수 있다.

필자가 2006년도 월드컵을 예측한 적이 있었는데,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이 분위기에 치우치는지를 잘 경험했다. 2002년도에 한국이 4강에 진출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2006년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생각했다. 2006년 1월에 필자는 과거 A매치 경기 결과와 국내 축구 전문가 30인의 의견을 종합하여 2006년도 월드컵의 우리나라 결과를 예측하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30인의 전문가는 모두 한국의 16강 진출을 예측한 반면에 데이터는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를 예측했다.

2006년도 월드컵의 한국은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한 조였으며, 전문가들은 모두 한국이 스위스와 토고를 이기고 16강 진출을 예측한 반면 데이터는 한국이 프랑스와 스위스에 이어 3위로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결과는 우리나라가 스위스와 조별 마지막 경기에서 2대 0으로 석패를 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데이터가 전문가를 이겼다.

2006년 월드컵 예측의 결과는 인간이 분위기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예측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반면에 데이터는 감정이 없이 사실만을 가지고 냉정하게 판단을 한다. 2006년 월드컵에 적용한 방법을 2002년도 월드컵에 적용하면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하는 것으로 예측이 되는데. 그 이유는 축구가 홈경기에 대한 이점이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스위스가 한국보다 독일에 가까운 것이 스위스가 한국을 이긴 주요 요인이라고 데이터는 알려주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러시아가 8강에 진출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것이냐를 가지고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식을 추출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따라서,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에서는 예측을 할 수는 없다. 반면에, 인간은 창의적인 사고로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다. 모든 상황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반면에 인간은 감정에 치우치며 종종 일을 그르치곤 한다.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위해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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