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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뒤죽박죽 진열ㆍ좁은 복도…역발상의 정용진표 만물상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역발상 전략이 돋보이는 만물상점 ‘삐에로 쑈핑’이 28일 스타필드 코엑스에서 문을 열었다. 사진은 삐에로 쇼핑 내부 모습. [제공=이마트]


-日 돈키호테 그대로 옮긴듯한 ‘삐에로 쑈핑’
-유통점 상식 뒤집는 인테리어, 진열 등 이색적
-상품 보물찾기 하듯의 즐거움ㆍB급 감성 추구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천장에 닿을 듯 빼곡히 들어찬 물건, 다른 쇼핑객과 어깨를 스칠 듯한 좁은 복도….

지난 27일 미리 둘러본 ‘삐에로 쑈핑’의 첫인상은 일본의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라면 익숙할 법한 매장 풍경이다. 이마트 측도 삐에로 쑈핑이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유통점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렸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인 돈키호테를 한국에서 재현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강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새로운 유통 실험 중 하나인 ‘삐에로 쑈핑’이 28일 베일을 벗었다. 1호점은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총 2513㎡(760평) 공간에 지하 1, 2층 규모로 꾸려졌다. 화장품부터 공구류, 가전제품, 수입 명품까지 4만여종의 다양한 상품이 마련돼 있다. 

삐에로 쑈핑은 정 부회장의 ‘역발상’ 전략이 돋보이는 잡화점이었다. 최근 유통점들이 세련된 인테리어, 고객 편의를 고려한 넓은 동선과 밀착형 응대 등을 추구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손글씨 안내 문구가 매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가정용 공구 코너를 지나자마자 반려동물 간식 코너가 나타나는 등 매장 구성도 예측 불가능했다. 매장이 제법 붐빌 때는 이동 시 매대에 몸을 바싹 붙인 채 다녀야 했다. 실제 매대 간 거리는 0.9m 수준으로, 대형마트의 매대 간 거리가 2.5m인 것과 비교해 상당히 좁다.

이 모든 것은 단순히 ‘구매’ 목적 만으로 매장을 찾는다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럼에도 차별화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에겐 이색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쇼핑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물건을 수많은 상품 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찾는 재미가 있었다. 기존 백화점이나 헬스앤뷰티(H&B)스토어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미용 아이템, 해외 인기 주류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삐에로 쑈핑’이라는 매장명은 물론 매장 곳곳에서 풍기는 복고 정서와 B급 감성도 젊은 층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유통시장 포화 속에서 새 유통점이 나아갈 길을 ‘재미’, ‘즐거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유통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성인용품 코너와 코스프레 아이템, 흡연실 등도 눈길을 끌었다. 성인용품의 경우 최근 전문점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공략했다. 흡연 소비자를 겨냥한 흡연실도 매장 한 구석에 자리했다. 흡연실 입구에는 일반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가와 다양한 흡연 용품이 마련돼 있다.

이 같은 이색 아이템들도 삐에로 쑈핑을 찾는 방문객에게 쇼핑의 재미를 주는 또다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간편식 코너엔 신세계푸드가 삐에로 쑈핑 입점을 위해 개발한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었다. 아직까지 시중에서 만나볼 수 없는 간편식 상품들이다. 명란계란말이 샌드위치, 반미 샌드위치, 베트남식 분짜 샐러드 등 이색적인 메뉴가 시선을 잡았다. 이는 향후 이마트 등 신세계 계열 유통점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삐에로 쑈핑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생활용품 전문점, H&B스토어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일부 스팟성 할인품목 정도만 가격 면에서 눈에 띄었다. 당초 ‘파격가’보다는 새로운 쇼핑 경험 등 ‘재미’ 요소에 초점을 둔 결과로 보인다. 다만 상품 선정과 매입, 진열 권한을 매장 측에 부여하는 운영 방식은 향후 구매처를 보다 넓혀가며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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