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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대학입시에서의 ‘객관성’과 ‘공정성’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 작업이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개편 공론화의 범위를 확정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대입개편공론화 위원회는 6월 20일 개학입시제도 개편에 관한 4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하여 공개하였다. 공론화 위원회는 앞으로 지역별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고 이미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시민참여단 구성에도 나섰다고 한다.

국가교육회의가 확정한 공론화의 쟁점은 ▷학생부-수능전형 간 비율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방법(절대평가 전환 또는 상대평가 유지) 등 3가지였다. 기술적으로는 이렇게 3가지 쟁점으로 정리되었지만, 원래 대입제도에 대해 공론화를 하게 된 근본 원인은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점점 비중이 커져가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 선발 기준이 모호한 ‘깜깜이 전형’, 잘 사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난하면서 차라리 객관적인 수능 점수에 의해 결정되는 전형을 늘려달라는 여론이 많았던 것이다. 결국 대학입시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해 달라는 요구이다.

많은 사람들은 ‘객관식’ 시험 점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수능 전형이 ‘공정’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 김진경 위원장이 지적하였듯이, 수능은 점수가 나온다는 점에서 ‘객관적’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사회적으로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조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능 점수는 사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고, 따라서 소위 좋은 대학에 수능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서울 강남권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즉 수능 전형에서도 학생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대학 합격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실 사회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완전히 평등한 기회를 주는 선발 방식은 추첨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프랑스의 대학입학은 그런 방식을 사용해 왔다.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baccalaureat)를 통과한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이나 학부에 진학할 수 있는데, 만일 어느 대학ㆍ학부의 지원자 수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성적과 관계없이 무작위 추첨에 의하여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올라가면서(작년 합격률은 87.9%) 진학희망자가 정원을 크게 웃도는 대학ㆍ학부가 급증하자, 이 제도에 대해 많은 비판이 나오게 되었다.

즉 바칼로레아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완전 추첨제는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에게 오히려 공평하지 못하며,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고 대학 교육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대입제도 및 학위제도의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올해 2월 부랑케 교육부 장관은 대입에서 학생의 자기소개서와 고등학교의 성적을 반영하는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결국 완전 추첨제에서 고등학교 내신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 우리나라의 공론화 의제에 완전 추첨제는 빠져있어 적어도 학생들의 실력을 대입에 반영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생들의 실력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하느냐, 그리고 학생들의 실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즉 사회적 ‘공공성’ 확보)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이런 이슈는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어 전문가적 식견도 필요한데, 과연 시민참여단이 짧은 시간 안에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공론화 과정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는 공론화가 끝난 후의 후속 조치도 면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공론화 결과가 어찌 되든 수능이 대입전형의 중요 요소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5지 선다형 객관식 수능시험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협동 능력을 길러 주어야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2020년도부터 대입 센터시험에 주관식 서술형 문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 등을 평가하기로 하였다. 우리도 공정성과 객관성 못지않게 교육과 평가의 원래 목적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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