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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선거구제 바꾸자
2005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선거구제 개편에 한나라당이 동의해주면,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권을 한나라당에게 넘기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거부됐다. 박근혜 당시 당대표는 ‘민생에나 신경쓰라’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에 사실상 대통령직을 걸었던 것은 현행 소선거구제 상황에선 한국의 지역주의 정치가 사라질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는 어떻게 연관이 될까. 예컨대 지난 2016년 실시된 부산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47.8%(77만표), 더불어민주당은 38.4%(62만표)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산 지역구 18석 가운데 새누리당은 13석(장제원 의원 포함), 민주당은 5석을 가져갔다. 대구시에선 새누리당 47.8%(52만표), 민주당이 18.7%(20만표)를 득표했으나, 대구 지역구 12석은 모두 새누리당(계열 포함) 후보가 당선됐다. 대구의 민주당표(18.7%)는 ‘사표(死票)’였다. 소선거구제는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한다. 과대대표 또는 과소대표의 방법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유사했다. 소선거구제 탓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 광역의원 100석중 민주당이 97석, 한국당이 3석을 차지했다. 득표율은 민주당이 50%, 한국당이 25%였다. 50%가 97%로 ‘뻥튀기’ 된 것이다. 경기도에서의 양당 득표율도 서울과 비슷하지만 광역의원 의석수는 128대 1이다. 반면 대구의 경우 민주당 35%, 한국당 46%를 득표 했는데 민주당은 4석, 한국당은 23석을 가져갔다.

선거구제를 바꾸자는 얘기를 지금 시점에서 꺼낸 것은 한국당이 살 길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민생에나 신경쓰라’고 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현재 상태로 2020년 총선을 치를 경우 자유한국당 현재의석(114석) 가운데 다시 살아 돌아올 의석은 절반도 안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다음번 총선을 치르면 수도권 궤멸은 자명하고, 대구도 위태롭다. 한국당 지지율 25%를 온전히 지키려면 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것은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미적거릴’ 공산이 현재로선 커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20대 총선 결과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전국 합산득표율은 65% 정도지만 두 당의 국회 의석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새누리당 못지 않게 민주당도 소선거구제에서 득을 거둬왔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대로면 민주당은 다음 총선에서 250석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을 굳이 선거구제를 바꿀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 나올법하다. 그러나 당사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둔 당이라면, 그래선 안된다.

기대는 다음번 민주당 당대표에게 한다. 오는 8월 25일 선출될 민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뜻대로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은 이해(利害) 문제가 아닌 옳고그름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교감 하에, 지역주의를 영구히 제도적으로 타파할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에 차기 민주당 당대표가 적극적이길 주문한다.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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