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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한테 집중할 수 있어 혼자가 편해요”…자발적 ‘고독’을 택하다
1인가구족 이 씨가 빨래를 말리고 있는 모습. 그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귀찮긴 해도 독립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결심하고 난 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다고 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1인가구 택한 31세 직장여성 인터뷰

오일 뿌린 방울토마토 다섯알, 얇게 자른 아보카도 그리고 커피. 서울 종로구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이모(31)의 아침 겸 점심 메뉴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로 밀린 업무를 보면서 홀로 식사를 한다. 부모님과 살았을 때는 상상도 못할 만큼 간단한 식사지만 그는 만족한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원하는 시간에 먹고 싶은 걸 먹기 때문이다.

이 씨는 대한민국에서 홀로 사는 561만명 중 1명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는 561만3000가구로 1년 전보다 17만9000 가구(3.3%) 늘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1%에서 28.7%로 상승했다.

이 씨는 대학시절 미국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독립성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한국에 들어와선 부모님께 의지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특히 부모님의 밀착 관심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부모님과 사이가 안좋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내려야할 결정을 부모님이 내려주거나 작은 일까지 공유하길 바라는 분위기가 어느 순간 버거웠다.”

텅빈 방에 혼자 있는 건 외롭지만 그는 진정 외로움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하루 12시간을 회사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고, 집에 와선 착한 딸이고 싶어서 부모님과 대화도 많이 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중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없었다”며 “마음의 여유도 잃어갔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잊어갔다”고 떠올렸다.

처음 자취를 할 때는 자유가 막연히 ‘마음대로’ 사는 거라는 생각에 친구들과 늦게까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는 정 반대였다. 혼자 지내면서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면서 친구 관계도 달라졌다. 전에는 친구는 많아야 한다, 인간관계는 잘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일주일에 2번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억지로 이어나가는 관계는 부질없다는 것을 느꼈다. 친구관계 역시 소수라도 깊게 사귀는 자발적 외로움을 택했다.

이 씨의 방에 눈에 띄는 건 곳곳에 있는 책들이다. 그는 최근 여행 서적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냉장고에 가득 메운 다양한 맥주를 꺼내보이며 “누워서 맥주를 마시며 아름다운 여행지를 보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게 ‘소확행’”이라고 웃어보였다.

물론 혼자 사는 게 사무치게 외로울 때도 있다. 한달 전 열이 펄펄 끓었을 때 집에 약이 없어 괴로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혼자 사는 수많은 이득에 견주기 어려울 만큼 작은 어려움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기도 부족한 인생에서 타인과 부대끼고 눈치보고 지내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혼자를 고집하는 것을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로움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외로움인 ‘고독’은 충분히 해볼만 해요. 적어도 일주일의 1번은 고독해지길 추천한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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