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검찰, ‘재판거래 의혹’ 수사 초기부터 법원과 신경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제공]
-檢 하드디스크 요구…법원은 ‘자료 보안책’ 요구
-檢 “자체조사는 법적으로 일반 회사원이 한 셈”
-법원 “공무상 비밀 등 포함…임의제출 곤란”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초반부터 대법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증거 확보 차원에서 관련자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원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은 일단 제출을 거부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전날 법원행정처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작성된 문서 파일 일부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검찰은 내용을 확인한 뒤 강제수사 여부와 향후 수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근무자들이 사용했던 하드디스크가 제출되지 않은 것을 문제삼고 있다. 법원이 3차례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410개의 파일을 찾아냈지만, 이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수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조사단에서 문제의 파일을 찾을 때 재판거래 의혹을 염두에 두고 검색어를 사용했던 게 아닌 만큼,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향후 혐의점을 찾아내 재판이 열릴 경우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추가 물증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관련자가 ‘그런 문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버리면 제출된 문서나 파일을 증거로 쓸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하지만 하드디스크 원본을 받으면 문서가 작성된 시점을 일일이 확인해 관련자의 업무시간과 대조할 수 있어 본인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직접 작성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자체 조사단은)법관 역할을 한 것도 아니고 수사기관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공무를 했을 뿐이어서 증거법상으로는 일반 회사원이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은 물리적인 컴퓨터 기록을 검찰에 넘기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검찰이 언급한 하드디스크에 관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성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있는 파일 등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다”면서 “파일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제출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검찰이 필수 증거로 지목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효율적으로 진실을 규명할 방안을 검토하겠다, 수사 방식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절한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의견을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도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언급해 우선 추가로 자료가 오간 뒤 검찰에서 강제수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설 경우 대법원의 핵심 조직인 법원행정처를 뒤지겠다는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초유의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의혹 연루자로 거론되는 양 전 대법원장과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이 사용했던 컴퓨터는 모두 폐기 처리돼 복구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평의 내용 등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어 전임 대법관들도 마찬가지로 폐기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의혹과 관련한 조치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 정보를 폐기하는 ‘디가우징’ 장비를 2014년 도입해 보유하고 있다.

jyg9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