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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ㆍ13 지방선거,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 보여”
- 강원택 서울대 교수, “지역주의ㆍ반공주의 약화, ‘박정희 신화’에서 이탈”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2018년 지방선거는 단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신뢰와 기대감을 보여준 것 이외에도,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줬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선 7기 지방선거 평가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번 선거가 1990년 이후 지속돼 온 한국 정치의 지형을 크게 바꿔 놓았다”며 세 가지 측면의 변화를 꼽았다.

그 첫째가 지역주의의 약화다. 강 교수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호남 대 영남의 이원적 대결 구도가 이어져 왔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주의 정치가 크게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지역은 부산ㆍ울산ㆍ경남(PK)이다. 민주당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이곳 3곳에서 최초로 시장과 도지사를 배출했다. 강 교수는 “영남권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가 내부적으로 대구ㆍ경북(TK)와 PK로 분리되면서 1990년 3당 합당 이후 형성된 영남 지역주의와 보수 패권체제가 붕괴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대북 적대 정책과 반공주의의 약화를 들었다. 강 교수는 “남북 간 화해 분위기, 특히 미국과 북한 간의 화해 분위기는 그동안 보수 정치 세력이 강조해 온 대북 적대 정책, 반공주의의 근간을 약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1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보수 유권자의 48%가 긍정적으로 보았고, 1/4 정도가 반대, 1/4 정도는 입장 표명을 유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보수 정치 세력의 중요한 정책적 입장이었던 대북 적대 정책, 강한 반공주의는 남북과 북미 간 화해 분위기와 함께 변화되고 있다”며 “이는 보수 정치세력의 정책 노선, 이념, 가치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것이 ‘박정의 신화’로부터의 이탈이다. 강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은 ‘박정희 세대’와 그것을 거부하는 이들 간의 갈등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박정희 패러다임으로부터의 결별이었다”고 평가했다.

촛불집회와 탄핵을 거치면서 한국 보수 정치의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박정희에 대한 변화된 평가는 불가피하게 보수 이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강 교수는 “보수 정치의 틀을 원천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보수 정치의 열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대안으로 현역 의원 전원의 비공천과 같은 인적 개편과 함께 젊은 리더십의 구축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부ㆍ여당에 대해서는 청와대 중심의 국정 주도에서 탈피하고 청와대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작은 민주당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주문했다. 이에 더해 현 집권 세력에 기대하고 있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확보하는 한편, 인적 충원의 폭을 넓혀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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