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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별세] ‘3金시대’ 종언 고하고 떠난 ‘영원한 2인자’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영정이 놓혀있다 [연합뉴스]
-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 3명의 대통령 탄생의 주역
-산업화부터 민주화까지 JP의 정치 인생은 한국 현대사 그 자체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한국 정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3金’ 시대의 주역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2명의 대통령, 그리고 1명의 ‘주연급 2인자’를 배출하며 4ㆍ19와 5ㆍ16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정치를 굵직하게 써내려간 ‘3金’ 시대가 마침내 역사 속으로 진 것이다.

한국 현대사 그 자체 JP=이완구 전 총리는 25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삶은 우리의 모습”이라며 한국 현대사에서 그가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6ㆍ25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내면서도, 너그러움과 풍류를 정치에 접목시킨 김 전 총리의 삶이다.

JP의 정치적 별명은 ‘풍운아’였다. 5ㆍ16으로 권력의 핵심에 섰지만, 2차례나 원치않은 외유를 떠나야 했다. 또 라이벌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 역활을 했지만, ‘팽(烹)’ 당하곤 했다. 2인자였기에 시련도 많았지만, 그 때문에 정치 역정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JP는 1961년 5ㆍ16 군사쿠데타로 정치에 등장했다.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현대 정치의 흐름을 뒤바꾼 것이다. 이후 중앙정보부를 만들고 직접 초대 부장에 취임했으며, 1963년에는 공화당을 창당하며 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2인자의 삶’은 결코 화려하지만 않았다. 창당 과정에서 ‘4대 의혹사건’에 연루되어 그해 첫 외유길에 오른다. 돌아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의장으로 재기했지만, 이듬해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파문의 책임을 지고 다시 한 번 외유에 올라야 했다. 이후 JP는 국무총리에서 야인까지, 박 전 대통령과 함께한 20년동안 굴곡 그 자체인 정치인생을 걸어야 했다.

5공화국 아래서도 마찬가지였다. ’권력형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된 그는 미국으로 쫓겨났지만, 1986년 총선에서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대선과 총선을 통해 정치적 ’캐스팅 보트‘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이후 3당 합당과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원했지만, 당 내 계파 싸움에 밀려 탈당했고,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잡고 내각제를 고리로 대선 승리에 이바지했지만, 또 다시 군소 정당 총재로 밀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남긴 정치 행보는 ’기록‘ 그 자체가 됐다. 30대 나이에 집권여당 대표, 40대와 70대 두 차례 국무총리, 9선 국회의원, 2차례 정계은퇴와 부활까지1961년부터 2004년까지 그의 정치 인생은 기록의 연속이였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 15분 별세했다. 향년 92세. 사진은 1988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만난 3김. 왼쪽부터 당시 김종필 공화당 총재, 김영삼 민주당 총재, 김대중 평민당 총재. [연합뉴스]

촌철살인 달변과 여유...정치의 품격을 더했다=정치인 김종필 전 총리는 촌철살인 언변으로 특히 유명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납니다”, “ 5ㆍ16이 형님이고 5ㆍ17이 아우라고 한다면 나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있는 복이나 빼앗아가지 마시라”,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 노병은 죽진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43년간 정계에 몸담으면서 나름대로 재가 됐다” 등은 한국 정치에 큰 변혁 포인트를 알려주는 말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날카롭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아닌 반성과 풍자가 됐던 그의 어록과 정치는 지난 23일부터 빈소에 끊이지 않는 여러 정치인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JP가 세상을 떠난 23일 빈소를 방문한 이낙연 총리는 “한국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셨고 전임 총리셨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 정부로서 소홀함 없게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권교체라는 커다란 시대 책무를 하는 데 함께 동행해 주신 어르신으로서 늘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절체절명인 위기상황에서 JP가 보여준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와 대한민국 경제를 선진국 반열에 올린 업적을 바탕으로 환골탈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JP가 살아계셨다면) 보수가 완전히 폐허가 된 이 상태에서 서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큰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라고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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