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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 6ㆍ13] 잠 못 든 시민들, 치맥하며 개표방송 지켜봐…“월드컵보다 짜릿”
-삼삼오오 TV 시청…“경남지사 등 초접전” 진땀
-인증샷ㆍ실시간 댓글 등 온라인 열기 후끈
-“정치인, 평소에도 국민 무서운줄 알아야” 일침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김경수와 김태호 17표 차이래. 박빙인데 누가 이길까?”

지방선거날인 지난 13일 밤 11시, 서울 영등포 먹자골목의 한 치킨 집. 맥주 잔을 든 30대 남성 셋은 텔레비전의 개표방송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김 후보가 당선이 유력하다는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개표 초반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보이던 경남도지사 선거는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서도 휴대폰으로 직접 개표 결과를 검색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최영재(31) 씨는 “드루킹 사건 등 변수도 있었고 고향이 경남이라 투표 결과에 특히 관심이 간다. 역전을 거듭하니 흥미롭다”며 “친구들과 누가 이길지 내기했다”고 밝혔다. 

치킨 집에서 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이날 용산구 용산역 지하철 대합실에 모인 시민들도 개표 결과에 열띤 반응을 쏟아냈다.

여당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시도지사 선거 17곳 중 14곳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합실 쇼파에서 방송을 지켜보던 박모(34) 씨는 “당연한 결과긴 했지만 너무 기분 좋다”며 “막말을 일삼던 야당이 이번 기회에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선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예상했지만 전대미문의 참패로 드러나자 절망감이 터져 나왔다. 휴대전화로 출구방송을 지켜보던 유모(64) 씨는 “혹시나 했지만 접전지라고 여겼던 곳마저 여당이 압승한 걸로 나왔다. 보수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감을 비쳤다.

대중교통 안에서 휴대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보거나 포털에서 특정 후보를 검색하며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마포역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오연수(27) 씨는 “5분마다 선거 결과가 달라지는 게 흥미진진하다”면서 “오늘만큼만 평소에도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운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대합실에서 선거 방송을 보고 있는 시민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일찌감치 귀가해 가족들과 함께 선거 결과를 예측하고 분석한 이들도 있다. 서울 강북구의 신혼부부 이모(31ㆍ여) 씨는 오후에 투표를 마치고 친구를 만난 뒤 일찍 집에 들어와 남편과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했다. 이 씨는 “주변 사람들 모두 여당이 압승할 거라고 기대했었다. 긴장감은 없었지만 시원하게 이기는 맛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백모(38) 씨는 ‘여당 압승’이라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고 개표방송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그는 다음날 일찍 출근해야 해서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경남도지사 개표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등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는 모바일 뉴스를 보고 남편과 함께 맥주캔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결국 자정을 한참 넘겨 자게 됐다. 백 씨는 “월드컵을 앞둔 국가대표 축구경기보다 더 짜릿했다”면서 “응원하던 후보가 당선되서 기분좋은 밤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투표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오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손에 투표 도장을 찍거나 투표소 이름이 나오게 찍은 투표 인증샷들이 쏟아졌다. 포털은 접전을 보이는 지역 후보들의 이름으로 도배됐다. 자정 가까이에도 접전을 벌이는 곳들이 생기자 마음 급한 사람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실시간 개표상황을 찾아보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카페에서 만난 정모(29ㆍ여) 씨는 “포털에 나오는 개표상황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발표하는 게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나와서 더 정확하고 빠르다”며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 유력하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잠이 올 것 같다”고 했다.

선거 개표 막바지 접전지역 후보들까지 모두 승패가 결정되자 일각에선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이번 선거는 민심을 거스르는 자는 절대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벌써부터 총선이 기다려진다”고 전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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