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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거래 의혹’ 수사 여부 오늘이 분수령
115명 판사 참석,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 주목…변호사 2020명 “사법권 독립 훼손” 시국선언도 영향

전국의 일선 판사들이 모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조치 방안을 논의한다. 법원 내에서도 해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날 의결 내용은 실제 검찰 수사가 이어질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판사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사태에 관해 회의 중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등 법원행정처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요구할지, 또 특별조사단이 열람했던 410개의 원문 파일을 제출받을지 여부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 김흥준 윤리감사관이 출석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파일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전에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회의 논의 결과를 참고하겠다고 밝혀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논의결과도 관심있게 지켜보겠다”며 “일단 의견수렴을 마치고 그 내용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정해 (입장을)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직접 관련자들을 고발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필요하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대립구도를 만드는 게 부담스럽고, 고발자가 현직 대법원장이면 추후 관련 재판이 열릴 경우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찰이 수사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정도의 소극적인 입장 표명이나 고발을 하더라도 법원행정처 차장 등 다른 경로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 밖에서도 의혹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로 구성된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 모임’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돼 공정하게 재판을 수행한다는 숭고한 사법권의 독립을 사법부 스스로 훼손하고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시국선언문에는 변호사 202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어 “대법원의 이런 움직임이 단순한 실무자 차원의 논의였을 뿐 실행되지는 않았다는 특별조사단의 발표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법원 내에서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자체가 이미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대법원을 상대로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을 전면 공개하고 ▷문건 작성자와 경위, 보고라인 등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 ▷책임자를 형사처벌하거나 징계할 것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번 시국선언은 사법부가 제대로 기능하게 돕고 싶은 변호사로서의 양심에 따른 선택”이라며 “국민들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을 받는 나라에서 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검찰 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선 판사들은 대체적으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인 반면, 법원장급 이상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단독판사회의 결과 “성역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인천지법과 대구지법 등 산발적으로 열린 판사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은 임시회의를 통해 “수사할 경우 법관과 재판 독립 침해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고, 전국법원장회의도 “사법부가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좌영길·고도예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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