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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ㆍ13지방선거 현장을 가다] 30도 땡볕에 차가운 시선 ‘이중고’…선거운동원 ‘고된 24시’
5060주부 알바·지지자가 대부분
휴식포함 하루13~14시간 근무
수당은 10년째 7만원 ‘그대로’

지지후보 위한 일…그래도 보람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근접한 날씨 속에서 선거운동원(공식명칭은 선거사무원)들의 피켓은 그늘막이 돼 버렸다. 모자와 활동복, 장갑으로 무장한 50대 여성들은 더운듯 연신 팔소매로 땀을 닦았다.

‘가장 힘든 게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더위”와 “지역 주민들의 차가운 시선”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지난 6일과 7일, 서울 중랑구와 동대문구ㆍ종로구 일대를 돌며, 이들 선거사무원들의 선거운동에 동행했다. 선거사무원들은 대부분이 ‘어머니 세대’로 불리는 50~60대 중년 여성들이다. 후보자를 위해 나선 열혈지지자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지인의 소개ㆍ지역 부녀회 차원의 알선을 통해 일을 시작한 일반 주부들인 경우가 많다. 대개 2명 1조로 동네를 돌며 유세를 펼치고, 집중유세 때는 더욱 많은 인원이 동원돼 유세차를 타거나, 후보 유세에 참여한다. 

차도 앞 유세가 진행중인 중랑구의 한 선거운동현장 모습

더위와 고된 업무, 사람 스트레스가 이들의 주된 어려움이다.

기자가 나간 현장에서는 거듭 아찔한 모습들도 연출됐다. 주로 자동차를 동원한 유세 현장에서 그랬다.

거리 곳곳에서는 허술한 난간을 부여잡은 여성 사무원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유세차 가운데는 연사가 마이크를 잡고 2~4명씩 여성운동원들이 가장자리에 늘어선 모습이다. 난간을 잡은 운동원들 주위로는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동원은 “안전 벨트 없이 유세차를 타면 무섭다”면서 “천천히 운전한다지만 처음에는 무서워서 난간에 들러붙다시피 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운동원은 차가 빠르게 달리는 6~8차선 도로 앞에 서서 유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 운동원들은 처우도 열악하다. 근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9시까지 대개 13~14시간이다. 휴식시간이 2~3시간정도 포함되어있다. 이들이 받는 수당은 공직선거관리규칙 59조에 따라 최대 7만원(수당 3만원, 실비 2만원, 식비 2만원)에 불과하다. 식비 등을 모두 합쳐도 시간당 일당은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후보자가 지급한도를 넘기면 선거법을 위반하게 된다.

서울 마포구 마선거구에서 구의원으로 출마한 이봉수 무소속 후보의 사무장 김천동(56) 씨는 “(선거운동원들은)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까지 다함께 선거운동에 동행하면서 일을 하게 된다”면서 “중간 쉬는 시간을 가져도 10시간 이상은 족히 근무하는데, 수당은 10년전과 같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구 라선거구 구의원 후보인 오정빈(29) 정의당 후보는 “사무원들에 따라 다르지만, 젊은 사무원들의 경우 일당이 적다는 불만이 많은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무원들은 그래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보험 설계사라는 여성 A씨는 “선거사무원 일을 하다가 오전 9시~12시 사이 쉬는시간에 출근ㆍ본업을 하고, 다시 선거운동을 한다”면서 “아이들 학원비 번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시의원 캠프에서 일을 돕고 있는 B(54ㆍ여) 씨는 “대학가에서 술집을 하고 있는데, 요새 시험기간이라서 잘 안된다”면서 “종업원에게 가게를 맡기고 선거운동을 하는데, 시험기간이라 손해본 돈을 사무원 일로 메꾼다“고 했다.

류경기 더불어민주당 중랑구청장 후보 캠프의 이정래(58ㆍ여) 사무원은 “원래 장애인교육과 담당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장애인 정책에 신경써주시는 후보를 찾다가 선거캠프에 들어왔다”면서 “후보를 응원할 때, 내 후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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