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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 건물 붕괴 공포감에 노후 건물 이용자들 불안 계속
-‘낡은 소형 건물’ 붕괴 공포 확산
-5일 내내 건물 안전 문의 이어져
-전문가 “안전진단 범위 넓혀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용산 4층 상가 건물이 갑자기 붕괴된지 나흘이 된 지난 7일 오후 3시 용산구 동자동의 한 소형 건물. 이곳에서 사는 김모(50) 씨는 “지하철역 두 정거장 거리에서 건물 한 채가 폭삭 무너졌다는 말을 들은 뒤 불안해서 한동안 잠을 못 잤다”며 “차라리 방화처럼 사람으로 인한 사고였다면 불안감이 이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페인트칠이 벗겨진 건물 한 부분을 가리켰다. 이어 “이 건물도 긴 시간 풍파를 견뎌왔다”며 “인근 모든 건물들이 같은 처지인만큼, 주변 주민과 함께 서울시와 구청에 방법을 물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 종로구 창신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주민 임모(28) 씨도 반응은 비슷했다. 임 씨는 “이 근처는 거의 다 낡은 건물이라 한 채만 무너져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을 것”이라며 “운이 나쁘면 식당에서 밥을 먹다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용산 건물 붕괴’ 사고 수습현장. [제공=연합뉴스]

용산 건물 붕괴가 화재ㆍ폭발은 물론 공동(空洞ㆍ지표 밑에 생긴 빈 공간)으로 인한 것이라는 가능성도 사라지며 노후 건물 이용자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건립 기간과는 상관없이 안전관리대상에서 소외되는 소형 건물 이용자의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서울시와 용산구, 한국안전진단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3일 용산 건물 붕괴 사고 이후부터 건물 안전 관련 문의가 닷새 째 이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30년 이상 노후 건물이나 공사장 주변 건물 소유ㆍ이용자의 민원도 많다”며 “왜 (이 건물은) 안전진단을 안 하느냐는 지적이 꽤 있다”고 했다.

현행 시설물의안전관리에대한특별법(시특법)을 보면 안전진단을 정기적으로 해야하는 건물 기준은 시특법이 규정하는 1ㆍ2종 건물이다. 전체면적 5만㎡ 이상 건물이나 16층 이상 공동주택 등이 해당된다. 소규모 건물도 가능하긴 하다. 다만 준공 이후 15년이 지나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해야 한다. 전체면적도 300~1000㎡은 돼야 한다. 무너진 용산 건물은 전체면적은 301.49㎡이었지만 1~2층 식당 면적은 300㎡에 못미쳤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면 안전진단을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건물 범위부터 넓혀야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월 기준 서울 시내 주택 44만9000여동(건물 대장 통계상 건물 동수 기준)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 주택은 37%(16만7000여동)이다. 주택 외 건물을 모두 더하면 비율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시한 폭탄’이 도처에 널려있는 것이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현행 법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에 노출되는 시민 수만 많아진다”고 언급했다.

안전진단 이행을 이끌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입주민과 상가 주인 등이 비용을 문제로 진단을 미루는 데, 현행 법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알아도 손 쓸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주장이다.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에 따르면, 전체면적 5000㎡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 건물의 안전 상태를 정밀진단하려면 5530만~6080만원이 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지원금을 준 후 회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 교수는 또 “용산 건물 붕괴와 같은 사고는 지금 당장 서울 어디에서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노후화된 건물을 강제 철거하고 퇴거시키는 등의 방안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대책 마련 일환으로 건물 층수와 전체면적, 노후화 정도를 바탕으로 어떤 건물들을 안전관리 대상에 삼을지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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