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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줄리아니 ‘최고존엄 모독’ 그냥 넘어갈까?
-줄리아니, 한발 물러났지만 “김정은 정상회담 애걸” 논란
-北 양보 불가능한 사안…회담 판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세기의 담판이 될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줄리아니 전 시장은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무릎 꿇고 애원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일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는 “김 위원장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모욕하고 핵전쟁을 위협한 이후 정상회담 취소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정을 다시 잡아달라고 무릎 꿇고 애원했다(on his hands and knees and begged)”고 밝혔다.

유일영도체계에 입각한 북한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최고존엄’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셈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장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발언이 북한을 불편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앞서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핵화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제기했을 때도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운운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북한은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워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맹비난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엎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펜스 부통령이 다시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자 이번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앞세워 ‘아둔한 얼뜨기’라는 원색적 비난과 함께 미국이 회담장에서 만날 것인지 아니면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날 것인지 선택하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 입장에서 줄리아니 전 시장의 발언은 체제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최고존엄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사안이다.

더욱이 북한은 미국이 오는 12일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간 첫 회동이 시작된다고 공식발표한 이후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은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관영매체를 동원한 줄리아니 전 시장에 대한 비난은 물론 북미정상회담 판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으로서도 북미간 의제ㆍ의전ㆍ경호 등 실무협의가 상당 수준 진행된데다, 북미정상회담이 한차례 무산 위기 끝에 어렵사리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줄리아니 전 시장이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자 급수습에 나섰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별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한 인물이라는 것을 언급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나의 발언은 정부와 관계가 없다”면서 “하나의 은유이자 나의 해석”이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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