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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52시간 근무 ‘눈앞’] “야근시간은 ‘커피ㆍ흡연타임’으로 적어”…벌써 다양한 편법 조짐
-야근땐 페널티…일부 비흡연자, 담배타임만 5시간
-‘명목상’ 휴게시간 신설…“주52시간 시기상조” 주장도
-노동계 “올바른 정착 위해 강력한 감시 필요하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저는 담배도 안피는데 말이죠.”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야근시간을 놓고 원치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인사팀과 상사들이 근무시간 외 추가근무를 ‘담배타임’으로 적도록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담배타임만 5시간에 달한다. 담배도 피지 않는데 근무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담배 피우며 보냈다고 근무기록표에 작성한다.

그는 “근무 기록에 ‘야근’이 있으면, 인사담당자가 부서장한테 페널티를 준다. 벌써부터 ‘거짓 야근이 만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겠다며 정부가 준비중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벌써부터 편법 논란에 휩쌓이고 있다. 휴게시간을 이용해 근무시간 깎기를 서슴없이 진행하는가 하면, 사업시행을 늦추기 위해 회사규모를 쪼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업체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쏟아지는 업무를 하기 위해, 태만하게 근무했다고 회사에 이야기한다.

한 중견기업에 재직중인 직장인 임모(27ㆍ여) 씨는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컴퓨터도 스스로 꺼지는데, 일이 많아 연장버튼을 누르게 되면 바로 인사팀에서 전화가 온다”면서 “대개 ‘중간에 커피를 마셔서 근무를 못했다’라고 이야기하고 1~2시간 정도를 허가받아 추가로 일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이모(30) 씨는 “연장근무를 오래하면 하루씩 대휴를 받게 되는데, 연장근무가 9시간 쌓이게되면 인사팀에서 전화가 와서 압박을 준다”고 털어놨다.

노동자들의 근로 계약서에는 못보던 ‘휴게시간’이란 항목이 생겼다.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는 서울시내 대학교 보안업체 직원 권모(41) 씨도 마찬가지다. 최근 새롭게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식사시간과 간식시간 외 추가적인 휴게시간 항목이 더해졌다.

권 씨는 “굳이 선택하라면, 중간에 쉬느니 일찍 퇴근하고 집에 가는 쪽을 택하겠다”면서 “억지로 집어넣은 휴게시간은 맘대로 쓰지도 못하고 결국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도 근무시간은 똑같다”고 말했다.

근무에 지친 직장인. [사진=123RF]

노동계는 최근 이같은 부정적인 사례들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최근 실태조사에 나선 금속노조는 상당수 사업장이 다양한 방법으로 ‘주52시간 꼼수’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금속노조 관계자는 “유연근무 시스템을 활용해서 어떻게든 근무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부는 회사를 본부별로 300인 미만으로 쪼개 올해 52시간 근무 시행을 피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부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행정력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꼼수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것이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좋은 정책이지만, 뒷받침하는 정부의 단속이 있어야 한다”면서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체에선 이같은 꼼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중훈 한국노총 대변인도 “주52시간 근무가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부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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