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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잇는 판사회의…‘양승태 수사’ 어디로…
재판거래’의혹 관련 대응책 논의
중앙지법·서울가정법원 잇단 모임

검찰 “법원차원 요청땐 본격수사”
법조계 “국정조사가 더 효과적”
행정처 로비대상 국회불신도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특정 사건을 놓고 청와대와 교감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당시 재임했던 양승태(70·사진)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내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4일 판사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관해 논의한다. 서울가정법원 역시 판사회의를 열고 ‘재판거래 의혹’에 어떻게 대응할지 의견을 교환한다. 전국에서 연이어 열리고 있는 판사회의 결과는 11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전달된다. 1일에는 의정부지법이 판사회의를 통해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사법발전위원회와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 형사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양 전 대법원장이 포함될 지는 미지수다. 김 대법원장으로서는 이번 사태가 전·현직 사법부 수장의 대결구도로 인식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검찰에는 이미 양 전 대법원장이 고발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부장 김성훈)에 배당돼 있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전직 대법원장 수사에 검찰은 신중한 입장이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경우 법원 핵심 조직인 법원행정처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대법원을 뒤져야 하니 영장을 발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처벌이 쉽지 않은 만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먼저 이뤄지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면 조사 범위가 범죄성립에 관한 부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거쳐 진상을 밝힌 뒤 혐의점을 추려 고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가 로비 대상으로 삼았던 국회를 신뢰할 수 없다는 회의론도 있다. 국회는 2014년 대법원이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했다. 여기에 여·야 의원 168명이 이름을 올렸다.

수사가 이뤄진다 해도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크게 법원행정처에서 특정 판사 뒷조사를 하고, 특정 연구모임을 축소했다는 ‘사법행정권 남용’과 대법원이 청와대를 의식해 판결을 왜곡했다는 ‘재판거래’로 의혹이 갈린다.

전자는 법원행정처 실무책임자였던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논란이 불거지자 판사 재임용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퇴직했다. 공직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를 할 수 없다. 형사 처벌을 한다면, 행정처 심의관들을 시켜 직무에 관해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혐의가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임 전 차장은 법원 자체 조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혹은 알고도 묵인했는지에 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에 관한 사항은 대법관이 아닌 임 전 차장이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법원행정처 문서를 통해 드러난 바에 의하면 청와대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달라’고 요구했고, 실제 이 사건은 2015년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이 선고됐다.

이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원합의체 재판장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의 해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법원조직법에서는 ‘심리 내용은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실제 상고법원 입법 때문에 판결이 왜곡됐는지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법원조직법에서 금지하는 ‘심리과정 공개 금지’ 조항은 외부에 내용을 알리는 것이고,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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