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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기자회견] “조사받을거냐” 질문에 “내가 가야 하나” 응수한 양승태
-‘재판 뒷거래’ 의혹 전면 부인 “재판 독립 금과옥조로 여겨”
-검찰 수사 응할 것인지 물음에는 “수사를 한답니까?” 반문

[헤럴드경제=좌영길·정경수 기자]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1일 언론 앞에 나서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재판 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일선 판사 뒷조사 정황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실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 인근에서 취재진을 만나 “재임시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제가 정말 사랑하는 법원이 오랫동안 소용돌이 속에 빠져 국민이 보기에 안타까운 모습이 된 것에 대해 정말 슬프고 안타깝다”며 “사실이라면 제가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하고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사과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사법부가 대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특정 재판을 협상 수단으로 삼아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2시 성남시 자택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그는 특정 사건을 놓고 청와대와 교감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하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제가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스스로를 ‘재판 독립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는 법관으로 42년 살아온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는 “(그런 의혹은) 대법관을 비롯한 법관에게 심한 모욕이 될 것”이라며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제가 관여하거나, 어떤 목적을 위해 대법원 재판이 왜곡됐다고 기정사실화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과는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별조사단 조사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오히려 “여러 대 컴퓨터를 흡사 남의 일기장 보듯이 완전히 뒤졌다”며 “그런데도 사안을 밝히지 못했다, 제가 (조사받으러)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특정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국정운영을 도왔다는 내부 문건 표현에 대해서도 “사법부는 대통령을 도와주는 기능이 아니고 사법부 나름대로의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응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라고 물은 뒤 “그 때 가서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척한 모습으로 회견에 나선 그는 “여행을 다녀와 미리 적어오지는 못했다”며 준비해 온 말을 낭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답변할 때에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도 여러 차례 보였다. ‘판사 뒷조사 의혹’ 등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질문에는 “내용이 뭔지 제가 확실히 알지 못한다”거나 “저는 아직까지 그런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 (행정처) 컴퓨터 안에 무슨 문서가 들어가 있는지 제가 알 수 없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 사장이 질문하신 분 컴퓨터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다 알고 있을까요?”라고 따지거나 “말 꼬투리 잡고 질문하지 말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제3차 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통상임금 사건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KTX여승무원 사건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쏠렸던 일들을 ‘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했던 사례’로 꼽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명의의 보고서를 확인했다. 이후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았는지에 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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