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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만에 귀국한 80대 독일교포지인 연락처 분실 길잃고 헤매다20대순경 도움에 ‘따뜻한 고국’ 실감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백화점 인근에서 주민들이 직접 원하는 장소를 순찰하는 ‘탄력순찰’을 돌던 신구로 지구대 김덕현(27) 순경은 중절모를 쓴 한 노인이 길을 해매는 듯한 모습을 발견했다. 김 순경이 다가가자 그는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지인의 연락처를 잃어버려 큰일”이라며 김 순경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알고 보니 그는 쾰른대학 의학 박사인 송모(81) 씨로 미국 생활 20년, 독일 생활 40년 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동포였다. 친한 친구의 여동생을 개인적으로 돕기 위해 전날 입국한 송 씨는 실수로 전화번호가적힌 종이를 공항 직원에 건네주고 나와버려 그 누구에도 연락할 방도가 없었다. 경기 구리역에서 여동생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작정 구리역에 갔지만 여동생을 만날 순 없었다. 결국 그는 역 인근의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길 잃은 독일 교포 송모(81) 씨를 돕고 있는 김덕현(27) 순경(왼쪽)의 모습. [제공=신구로 지구대]

이튿날 수중에 현금이 부족했던 송 씨는 환전을 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다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환전할 수 있는 곳은 인천공항이 유일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무사히 환전을 마친 그는 다시 구리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해 모텔을 찾았지만 모텔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독일에서 쓰는 2G폰 뿐이었다.

송 씨의 사정을 들은 김 순경은 우선 여동생의 자택 번호를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했다. 송 씨는 지역번호를 포함해 2~3개의 자택 번호를 생각해냈다. 그러나 모두 다른 사람의 번호거나 없는 번호였다. 김 순경은 송 씨가 기억해낸 번호를 재조합해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여러차례 시도 끝에 다행히 송 씨가 찾던 여동생과 연결이 닿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송 씨가 원래 목적지인 경기 구리역이 아닌 서울 구로역에 내린 것이었다. 오랫동안 타지 생활을 한 송 씨가 우리말 지명을 착각했던 것.

김 순경은 “OO모텔에 짐을 두고 왔다”는 송 씨의 말을 듣고 구리역 인근의 OO모텔을 검색하는 기지를 발휘해 해당 모텔을 찾아냈다.

김 순경은 송 씨를 모텔에 데려다주기 위해 카카오톡 택시를 불렀다. 택시기사에게 상세한 설명을 하고 송 씨에게 자신의 명함과 휴대전화 번호를 쓴 쪽지까지 손에 쥐어줬다. 카카오톡 택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그가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은 김 순경은 이후 여동생의 자택에 전화를 걸어 그의 안전을 확인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다음날 송 씨는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한국 경찰이 세심하게 도와줘 고국의 고마움을 느꼈고 너무 감사했다”며 “독일에 오면 식사 대접이라도 꼭 하겠다”며 김 순경에게 그의 주소와 연락처를 전달했다.

김 순경은 “그 분이 다음날까지 고마워해 뿌듯하고 기분좋았다”며 “탄력순찰의 효과를 본 것 같아 앞으로도 탄력순찰을 통해 시민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정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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