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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유서대필’ 피해자 강기훈 씨와 가족에 11억 배상하라”
-항소심, 국가 책임만 인정
-“소멸시효 지났다” 수사검사ㆍ필적감정인 면책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유서 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강기훈(65)씨와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11억여 원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홍승면)는 31일 강 씨와 가족들이 국가와 수사검사 강신욱ㆍ신상규 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적감정인 김형영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강 씨는 국가로부터 위자료 8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지급받은 형사보상금 1억 8390만 원이 공제된다. 강 씨가 실제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6억1600여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씨의 아내와 양친 부모는 각 1억 원을, 두 자녀는 각 1000만 원을, 두 형제는 각 500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받을 수 있다. 1심이 인정한 총 8억 5000여만 원(형사보상금 제외 6억 8000여 만 원)보다 증가한 금액이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원심과는 달리 국가의 배상책임만 인정했다.

1심은 범행으로부터 20여년이 흘러 손해배상을 구할 시효가 지났다는 필적감정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위 감정에 근거해 내려진 유죄 판결이 오랫동안 유지된 만큼, 강 씨가 1991년에 당장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수는 없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강 씨 등이 장기간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데 대해 필적 감정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유서대필 사건’을 담당해 강 씨를 기소했던 검사들은 항소심에서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면했다. 검사들이 수사과정에서 진술을 강요하고 변호인 접견을 방해한 행위는 불법으로 인정됐다.

‘유서 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이었던 김기설 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면서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분신하면서 시작됐다. 전민련 동료였던 강 씨는 유서를 대신 쓰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당시 국과수는 김 씨 유서의 필적이 강 씨의 것과 일치한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5월 재심을 통해 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 씨 측은 같은해 11월 “위법한 수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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