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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거래 의혹에도…재심청구 쉽지않다
사건심리 대법관 범죄 혐의 유죄확정 뒤에 청구 가능…검찰 무혐의땐 불가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관련 사건 재심이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31일 출근길에서 “KTX 승무원들이 직권 재심을 요청했는데, 검토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결론이 정해지면) 그것도 한꺼번에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2015년 대법원에서 패소 취지 판결을 받았던 KTX 해고 승무원들은 전날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질장을 40분 간 면담하고 “대법원이 직권으로 재심을 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당사자 신청없이 직권으로 재심을 열 수는 없다.

현행법상 민사소송은 재판 당사자들이 공방을 주고받고, 법원은 심판 역할만 하는 ‘당사자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거래 의혹’ 판결 당사자들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지미 변호사도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 불확실해 지금 단계에서는 재심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당사자들이 재심을 신청한다고 해도, 대법원이 KTX 해고 사건을 위법하게 심리했는지 밝혀야 하는 단계가 남는다.

민사소송법에서는 재심 사유를 11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 중 KTX 승무원 해고 사건과는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사건에 관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했다’는 사항이 당사자들과 가까운 항목이다. 이 경우 당사자들은 사건을 심리한 대법관들의 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뒤에야 비로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관들이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나거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재심 청구가 불가능하다.

모든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재심 결과를 받아보는 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지 장담할 수 없다.

실제 법원이 과거사 사건 재심을 받아주고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기 까지 수년~수십년이 걸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할지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도 아직 명확치 않다.

승무원들이 그럼에도 현행법에 없는 ‘직권 재심’을 요구한 건 결국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있는 사법부에 자성을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했던 사례’로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주요 사건을 분류했다. 여기에는 ▷통상임금 사건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KTX여승무원 사건 등이 포함됐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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