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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형색색 ‘꽃의 왕국’ 터키…꽃보다 아름다운건 사람이었네
‘아피온’ 양귀비- ‘으스파르타’ 장미 만개
‘코냐’ 의 튤립이 지면 전국에 라벤더 만발
건강·사랑·화해…그꽃들도 사람 위한 것들

서양인 인듯 동양인 같은 외모 ‘터키 미녀’
미네랄 풍부한 온천수 ‘토털웰빙’ 도 이채
“헤이 코레, 포토 포토” 한국사랑 남달라


터키는 꽃의 나라이다. 코냐(Konya)의 튤립이 지는 사이, 전국 곳곳에 보라색 라벤더가 하나둘 꽃망울을 터뜨린다. 아피온(Afyon)의 양귀비, 으스파르타(Isparta)의 장미는 한창이다.

터키의 꽃은 뽐내기만 하지 않는다. 한창 핀 절정기 때, 또는 피고 난 뒤, 자신을 예뻐해 준 사람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꽃 보다 사람. 터키의 꽃은 사람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한국이 ‘형제의 나라’ 라고 부르는 터키는 사실 ‘꽃의 나라’ 이다. 양귀비와 장미가 만발한 가운데 튤립이 지면 라벤더가 꽃망울을 터뜨린다. 터키는 튤립의 원산지 이기도 하다. 사진은 아피온 지역에 핀 양귀비.

터키 꽃 ‘F4’중에서 양귀비 열매는 약이 되고, 장미 꽃잎은 한창때 화장품이 된다. 라벤더는 정신건강에, 튤립은 열정 식은 사람의 감각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아피온, 으스파르타, 코냐는 모두, 지질과 기상이 변화무쌍한 터키 중부의 거점도시. 이웃하는 3개 주(州) 모두 북서→남동으로 뻗은 서(西)아나톨리아 산맥, 터키 남쪽 지중해 연안과 중부 고원을 가르는 토러스산맥의 교차점에 있다. 비가 오나 싶더니, 햇살이 내리꽂는다. 운무와 햇살이 시간흐름에 따라 길항작용, 숨박꼭질을 하는 곳이다. 지리산 산청, 청풍호의 제천, 월출산의 영암, 백두대간 평창 처럼 물과 산악, 지형의 높낮이가 심하고 일교차가 큰 곳의 꽃, 풀, 나무가 영양과 약효를 가득 품는 것은 한국이나 터키나 같다.

아피온주 산디클르시(市)에서 서쪽을 보면 5월에도 눈(雪)을 머리에 인 아크다으산(山)이 버티고 있다. 시내에서 30여분 차로 달려 아피온자연공원의 중심지 케스텔천(川)에 이르자 방갈로에서 고기를 구워먹는사람, 고원놀이터에서 아이와 노는 어른, 트레킹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로, 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서쪽 데니즐리로 35㎞ 이어지는 ‘토칼리 캐니언’ 트레킹 코스의 출발점이다. 산의 서쪽면 고대유적 사갈라소스까지 종주하기 어렵고, 길게는 15㎞, 짧게는 3㎞ 트레킹을 하는데, 경사진 산길도 오르고 협곡의 물길도 하반신을 적셔가며 지나야 한다. 초행길 외국인이라도 아피온생태운동클럽(AFDOS)에 등록한 뒤 함께 떠날수 있다. 한국인이라 하면 칙사 대접을 받을 것이다.

아피온의 풀네임은 아피온 카라히사르이다. 기원전 1350년 프리기아 시대때 세워진 ‘검은(Kara) 요새(Hisar)’라는 바위산 꼭대기 성(城) 이름을 갖다 붙였다.

이 랜드마크가 지어진 것은 BC1800년경 세계 최초로 철기를 생산한 힛타이트가 BC1530년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이 지역 패권을 잡은 뒤 180년쯤 지난때였다. 프리기아 왕조는 힛타이트의 영향력 아래 있었지만 이웃 리디아 왕조와 경쟁하며 독자적인 통치를 하던 때였다.

주민들은 고원도시이고 망루까지 있는 이곳에서 아주 ‘특별한 효능’을 지닌 양귀비꽃을 심고 터잡았다. 영국 온천 도시 바쓰가 영어 목욕(bath)의 어원이듯 아피온도 양귀비를 뜻하는 아편(Opium)과 같다. 세계 의료용 모르핀의 70%가 아피온에서 철저한 통제시스템 속에 생산된다. 양귀비는 진통, 진정작용, 지사작용이 탁월하다. 복통, 기관지염, 만성장염, 불면증에 좋다는 것도 의학계 정설이다.

사방에서 언제 침탈할지 모르니, 고원도시의 평지보다 226m 높은 바위산 봉우리에 경계용 철옹성을 지었다. 마을은 고원도시 평창이나 정선 읍내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헤이 꼬레, 포토 포토”하며 반기고는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아낙네는 빨래를 널고 청년은 공사 자재를 옮긴다. 가게에 파리가 날려도 철물점 주인 아저씨는 동방의 여행자에게 미소를 짓는다.

신비주의자 수피들이 하나님을 향해 ‘재미있고 행복하며 죄 없이 살겠다’는 다짐으로 평화롭게 수피춤을 주는 빙글빙글 조각상이 있는가 하면, 인근 관공서 앞에는 적을 때려 눕히는 험악한 표정의 전사 조각상이 있어 대조를 이룬다. 우린 착하게 사는데 갈구면 박살내겠다는 뜻일까. 기마민족 돌궐(터키)의 순수와 기개가 한꺼번에 느껴진다. 성직자들은 그룻 하나 숟가락 하나로 검소한 식단을 차렸으며 모두 먹고 깨끗이 비우는데, 우리의 발우공양과 비슷하다.

사진 위부터 콘야에서 발원한 신비주의자 세마의 수피댄스와
아피온 성. 으스파르타 장미축제를 즐기는 모습.

여행을 마치면, 토털 웰빙이 기다린다. 아피온은 양귀비와 함께 대리석 세계 생산 1위 도시 답게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지하온천수로 유명하다. 주 인구 20만명임에도 5성급 온천호텔만 11개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물리치료의대 코카테페대학병원까지 갖춘 도시이다. 수질관리를 위해 온천호텔 신규허가를 통제한다. 특히 아피온에는 우리의 동의보감촌 처럼 약료식물 센터를 두고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본초강목, 동의보감 같은 책들을 잇따라 펴낸다.

장미의 도시 으스파르타는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1시간, 아피온에서 차로 3시간 가량 걸린다. 장미축제는 지난 15일 끝났지만 6월말까지는 장미향을 휩싸이고 장미 꽃잎 더미에 파묻힐수 있다. 소녀에서 할머니까지 장미수로 몸을 세척하며 피부관리하고, 남성들은 장미오일 몇 방울로 생기를 얻는다.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듯, 의학적으로 살균작용도 강하다. 효능은 소염, 항우울, 항바이러스 등 많은데, 특히 여성 호르몬 분비 촉진에 좋다고 한다. 장미밭은 약 2만8000㏊이고 세계 장미 관련 화장품의 65%를 생산한다. 장미꽃잎 500㎏에서 110g의 오일이 생산된다. 그 농축성이 엄청나다.

으스파르타 사람들의 마음도 장미 처럼 예쁘다. 홍두깨로 밀어가며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아르드츨르 쿄유 마을 ‘피데’ 아줌마의 한국 시골 어르신 같은 넉넉한 인사, 견과류 노점상 아저씨의 통큰 시식도 그렇고, 한국인인듯 서양인인듯 반반 닮은 터키 미녀의 ‘엄지하트’도 아름답다. 동아시아 여행자들이 눈에 띄자 다짜고짜 “안녕하세요”라고 말한 뒤 한국말로 답하면 “한국인이시구나. 우리 사진찍어요”라는 한류 마니아 대학생들의 한국 사랑도 뜨겁다.

으스파르타주의 광활한 에이르디르 호수(서울크기의 80%) 전망대와 호변 모스크, 잔섬, 예실섬은 마구 셔터를 눌러도 인생샷이 된다.

튤립은 터키가 원산지이다. 돌궐의 고향 중앙아시아에 핀 것을 서진(西進)하면서 지금의 터키로 옮겼다는 얘기도 있다. 꽃 이름 ‘튤립(Tulip)’은 터키인의 머릿수건 튈벤트(Tlbend)에서 유래됐다. 둘이 좀 닮았다. 꽃 모양으로 접은 머리수건은 1970년대 우리의 시골 할머니들도 쓰고 다녔다.

튤립은 낙화기를 맞았어도, 4월까지 튤립 아름답던 코냐는 의미 있는 곳이다. 사도 바울의 크리스트교 전도지였고 1000년뒤엔 신비주의 사상가 루미가 수피춤으로 교세를 넓힌 곳이다. 다시말해 그 1000년 간 이곳에서 평화로운 종교 교류가 있었던 것이다.

서방측 NATO 회원국인 터키는 무슬림이 많아 늘 양대 문명국들에게서 칭찬 받거나, 아니면 볼멘 소리를 들었다. 문명의 화해가 어려워도 터키 사람들은 이곳이 화해의 꽃을 피울 유일한 마당임을 잘 안다. 빨강과 파랑을 혼합한 터키의 보랏빛 새 마스코트 라벤더 꽃 향기가 이제 늦봄 부터 초가을까지 유라시아에 흘날릴 것이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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