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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회담 취소 벼랑끝 전술, 1972년 닉슨도 그랬다”
WP, 美 국제관계전문가 주장 게재
핵무기 군축 끌어낸 미ㆍ소 정상회담과 ‘판박이’
닉슨, 소련 비난하며 브레즈네프 ‘취소’ 압박
‘외교적 승리 선언’이 美대통령의 궁극 목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최근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비난하며 ‘회담 취소’ 카드를 꺼내들어 판을 흔들었다. 이를 두고 1972년 미소 정상회담 당시의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의 전술과 ‘판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의 운명을 건 이벤트에서 ‘취소’라는 벼랑끝 전술을 사용한 것이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에릭 그리나비스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부교수가 2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은 분석과 주장을 했다.

이에 따르면 일련의 회담 준비 및 진행 과정 속에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취’에 대한 욕구부터 닉슨 전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 국제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가운데, 지난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도 핵무기 군축을 위한 미소 정상회담에서 비슷한 전략을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닉슨 대통령이 막판 취소를 검토했다는 것이다. 세기의 만남으로 꼽히는 리처드 닉슨(오른쪽) 대통령과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왼쪽)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은 진통 끝에 지난 1972년 소련(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처음 열렸으며 사진은 이듬해 워싱턴 D.C에서 열린 2차 회담 장면이다. [사진=미국 국가기록원 제공]

닉슨 전 대통령은 냉전시대 ‘대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1972년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중, 마오쩌둥 국가주석을 만나 국교 정상화의 길을 열었다. 같은 해에는 소비에트 연방(소련ㆍ현 러시아)과 모스크바 회담에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체결했다.

그리나비스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북한과 일하는 것에 전념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에게 외교적으로 중요한 성공을 가져다준다”며 “하지만 북한이 많이 요구하고 적게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자 ‘회담 취소’, ‘북한 비난’만이 해결책이 됐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닉슨 전 대통령도 외교적으로 큰 승리를 원했다”며 “그는 데탕트(긴장완화)를 통해 냉전구도를 재편하고 핵전쟁의 위험을 줄이고자 소련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고 했다.

정상회담이 개최 직전 ‘취소’ 위기를 맞은 것도 유사한 부분으로 꼽힌다. 다만,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소련과의 모스크바 회담을 앞두고 직접 ‘취소 카드’를 꺼내는 대신 상대방이 이를 꺼내 들도록 유도했다.

1971년 말 닉슨 전 대통령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이듬해 만나 SALT에 서명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당시 베트남에서는 소련과 중국이 지원하는 북베트남이 부활절 공격을 감행했고 남쪽에서 빠르게 승기를 잡았다.

그는 당시 알렉산더 헤이그 비서실장에게 “우리 동맹이 베트남에서 소련 탱크와 총의 공격을 받는 동안 어떻게 브레즈네프와 건배하고 SALT에 서명할 수 있겠냐”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게도 “베트남이 정상회담보다 10배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딜레마’에 놓였다. 만약 회담을 취소한다면 ‘전쟁광’으로 낙인 찍히는 셈이었고, 취소를 하지 않는다면 힘이 없는 국가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련이 회담을 취소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 그리나비스키 교수의 분석이다.

당시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강력한 협력 의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닉슨 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의 전쟁을 확대해 나갈 때, 소련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닉슨 전 대통령은 약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모스크바에 갈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WP는 “닉슨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줄타기를 했다”며 “극적으로 외교적 돌파구를 찾으려면 종종 적과 협상하기 위해 비둘기(온건)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하지만 매파(강경)에 기반을 두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이어 “닉슨 전 대통령은 협상에서 멀어질 필요가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며 “이에 따라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것보다 창의적인 옵션을 광범위하게 고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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