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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준硏, 액체가 굳기 시작하는 ‘순간 온도’ 첫 측정
- 기준온도로 사용하는 응고온도 오차 사실 밝혀내
- 세계 유일 이상적 표준온도 실현 성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내가 재는 1℃와 지구 반대편에서 재는 1℃가 똑같을 수 있는 이유는 온도에도 불변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무엇이 온도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온도표준 전문가들은 고체가 액체로 녹거나, 액체가 고체로 굳는 짧은 찰나, 즉 물질의 상(Phase)이 변하는 순간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열유체표준센터 정욱철 박사팀이 액체 금속이 고체로 응고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온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이상적으로만 존재하는 표준온도를 세계 최초로 실현한 성과다.

정욱철 박사가 압력제어식 온도제어장치를 사용해 주석의 액상선 온도를 실현하고 있다.[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 박사 연구팀은 독자적 온도제어 원천기술을 통해 이상적 표준온도인 금속의 액상선 온도를 측정, 현재 국제온도표준에서 기준온도로 사용하는 응고 온도에 큰 오차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액상선 온도란 액체 상태의 물질이 응고하기 시작하는 시점의 온도로, 정해진 순도의 물질마다 고유한 값을 가진다.

물질들은 저마다 응고 온도, 용융 온도, 액상선 온도와 같은 다양한 상변화 온도를 가지고 있다. 만약 물질이 순수하다면 이러한 상변화 온도들의 값은 모두 동일하다.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동안만큼은 온도의 변화 없이 같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순수한 물질은 없다. 모든 물질에 존재하는 불순물들은 상이 변할 때 온도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상변화 온도 중 변하지 않는 유일한 값이 있는데, 바로 액상선 온도이다. 상변화 중 온도가 변해도 시작점만큼은 불변이기 때문에 국제온도표준은 특정 물질의 액상선 온도를 가장 이상적인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액상선 온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고온 기준온도를 실현하는 데 사용하는 금속의 경우 액상선 온도는 불변이지만, 상이 변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온도를 측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정밀 온도제어가 가능한 독자기술인 압력제어식 온도제어기술을 이용, 231.928℃의 고온에서 기준을 정의하는 금속인 주석의 액상선 온도를 실현하고 측정했다.

이번 결과는 현재 231.928℃를 정의하는 주석의 응고 온도가 이상적 기준온도인 주석의 액상선 온도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했던 미량 불순물 분포가 물질 상변화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검증했다는 점, 향후 국제온도표준의 개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정욱철 박사는 “이번 성과를 통해 국제온도표준을 구성하는 기준온도가 더욱 정교해지고 정확해졌다”며 “표준연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상적 온도표준을 실현한 세계 유일 표준기관으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측정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 최신호에 두 편의 논문을 통해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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