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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다시 운전대 잡고 ‘중재외교’ 시험대
-文대통령, 22일 한미 정상회담 통해 비핵화 해법 조율
-트럼프와 사전 통화서 ‘인내’ 강조…美내 회의론 ↑
-北, 南취재단 풍계리핵실험장 통지문에 ‘침묵’
-비핵화 담판서 南입지 좁아지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오는 6월 세기의 북미정상회담를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그동안 보인 ‘중매 외교력’은 오는 22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과 23~25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언론공개 수위 결과에 가늠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의 첫 과제는 정확한 ‘현상파악’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분한 의견교환이다. 당장 지난주 북한이 돌연 남북 고위급 회담을 거부하고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시사한 의도와 배경이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 인해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고 인식하게 된 근거가 무엇이고, 우리가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해 파악한 정보가 무엇인지 우선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 일단 현 상황이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지부터 한미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내에는 북한의 이번 반발이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과 ‘최대의 압박’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시사한 다음날 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에 대해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이 상호존중의 정신 하에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미 간과 남북 간에 여러 채널을 통해 긴밀히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 북한이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 약자’인 북한이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하면서 극도로 신중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미국에 이해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미국이 이러한 정부의 접근을 수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여부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미 CNN방송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주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카드까지 꺼내들자 백악관 내에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우려가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갑자기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질문하고 북한의 의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고위관계자는 WP에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고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비난의 화살을 돌릴 명분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북한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NSC 국가경제보좌관 및 수석자문을 역임한 사만다 비노그라드 CNN 애널리스트는 “더 이상 북한이 미국을 이용해먹게(take advantage) 놔둬서는 안된다”며 “북한은 한미일 B-52 연합 공군훈련을 축소하고 한반도에 B-52를 전개하지 않도록 한 한미 당국의 움직임으로 미국이 더 많이 ‘양보’할 수 있다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경색된 태도도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 통화는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로 지연되고 있다. 통일부는 21일 오전 9시경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남측 참관 기자단 명단 접수를 시도했지만, 북측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남측 기자단의 참관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북측의 남측 기자단 거부는 비핵화 문제에 있어 남측의 발언권이 그만큼 좁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중국 소재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북문제와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발언 등 탈북자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 이견도 문 대통려의 중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자리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대화가 전개될 수록 우리 정부의 지정학적 딜레마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이 제기된 배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며 “북미대화가 미중 경쟁으로 확장되면 한국 정부의 외교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판을 깨지 않는 이상 북미정상회담은 성사될 것”이라면서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생각보다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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