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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성년의 날]성인돼도 아직 ‘엄마품’…홀로 서지 못하는 2030
-“취업학원ㆍ방학계획 등 엄마 말 듣는 게 편하다”
-취업 못하고 용돈 받는 시간 길어져 부모님 눈치
-“불안정한 애착 형성…스스로 선택하는 힘 길러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취업준비생 정나영(26) 씨는 며칠 전 어머니와 함께 중국어학원에 다녀왔다. 정 씨가 계속 취업이 안되자 어머니가 중국어 자격증을 따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데려갔다. 어머니는 강사 프로필까지 비교하며 강의를 골라줬다. 정 씨는 “부모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늘 들었고, 말 잘 듣는 딸이 되고 싶기도 했다”며 “처음엔 일거수일투족을 간섭받는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은 막상 무언가 혼자 도전하려고 하면 귀찮고 두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인 성년의 날(올해는 21일)은 만 20세가 된 성인들에게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고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다. 성인의 의미는 자유롭게 선택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됐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자녀 곁을 맴돌며 도와주는 ‘헬리콥터 맘’이나 ‘캥거루 부모’ 아래서 자랐던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에 두려움을 호소한다. 

헬리콥터맘 이미지 [헤럴드경제DB]

강원도의 한 국립대학교에 재학중인 대학교 2학년 정모(20) 씨는 방학을 앞두고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여행을 미국으로 갈지, 유럽으로 갈지 물어봤다. 그는 “허락을 받아야만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부모님을 찾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대 중후반 역시 홀로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취업난으로 사회ㆍ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2030대들은 부모님에게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신적으로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꿈꾸고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지만,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종속되면서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 졸업생 이모(27) 씨는 취업에 번번히 실패하자, 부모님께서 용돈을 줄 테니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취업에 전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씨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계속 부모님이 좋아하는 공기업에 원서를 내게 된다”고 했다.

배우자를 고를 때 부모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최수연(31) 씨는 “결혼은 연애와 달리 집안과 집안의 행사라고 했다. 부모가 좋아하는 이상형을 골라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감을 기르기 어렵다. 잘돼도 절반은 부모의 공이고, 실패해도 절반은 부모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공동체를 강조하는 유교적 배경을 갖고 있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의존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일찌감치 자녀들을 독립시키는 서구보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도 함께 사는 아시아권에서 부모 의존적인 청년이 많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강해지면 의사결정을 미루고, 본인이 스스로 자기 결정을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며 “또한 부모의 과보호는 불안정한 애착형성의 원인이 되므로 어려서부터 자녀의 독립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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