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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의 만남, 역사 바꾼 정상외교]④회담장에선 요리ㆍ제스처까지 모두 ‘전략’
美 키신저 “베이징 덕 먹고 中요구 다 들어줘”
日 스시외교…친밀한 모습 연출
손 빼기ㆍ무표정ㆍ악수 거부…‘기싸움’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상급 외교에서는 무엇을 대접하고 어떤 태도로 정상을 맞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반영된 의도가 잘 전달되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회담과 그렇지 않은 회담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중국은 요리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사례가 있다. 지난 1971년 7월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는 방중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에게 베이징 오리구이를 대접했다. 이는 극진한 대접인 동시에 국가 위상을 드러내는 도구였다. 훗날 헨리 키신저 장관은 “베이징 오리구이를 먹고 중국의 요구를 다 들어줘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이 이뤄졌다. 

[사진=최근 구두모양의 용기에 초콜릿 디저트를 담아내 ‘외교결례’ 논란을 일으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상회담 만찬장면. 출처=세게브 모세 인스타그램]

‘스시 외교’를 펼친 일본도 빼놓을 수 없다. 스시가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이를 먹기 위해 자연스럽게 카운터에 나란히 앉아 담소 나누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지난 2014년 4월 방일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쿄 시내 긴자의 한 초밥집에서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이후 일본의 한 언론이 오바마 대통령이 스시의 절반을 남겼다고 보도하자, 이 가게의 주인인 스시 명인이 직접 외국특파원협회 초청 강연에 나와 “스시를 남긴 일은 없었다”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때로는 제스처가 수 많은 말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의 정상들이라고 할지라도 정상회담에서는 반갑게 악수하거나 웃으며 농담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정상회담이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주목 받는다.

2011년 5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국경을 1967년 이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강력 반발했다. 백악관 기자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두 정상은 회담내용을 소개하는 언론회동에서 정면이나 바닥을 보며 서로 마주보는 것을 피했다. 회담에서 상당한 기싸움이 펼쳐졌음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장 비외교적인 사진들로만 가득 찬 어색한 국제 외교의 전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보다 앞서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 간 3자 회동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두 사람의 손을 마주 잡게 하자 라빈 총리가 급하게 손을 빼는 장면도 어색한 정상회담으로 꼽힌다. 이 외에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무표정 만남,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악수 거부 등도 비슷한 사례로 거론된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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