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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 - 작은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일상화된 상사 갑질에 지친 직장인들 “가족같은 회사? 공사구분이나 합시다”
직군 막론 대부분 감정노동
“근무 시간·업무 매뉴얼 준수를”


직장에서 일상처럼 발생하는 갑질은 한국사회에 부족한 ‘직장 에티켓’의 적나라한 민낯이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갑질에 노출된 직장인들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대기업의 갑질 사건만이 갑질의 전부는 아니라고 토로한다.

직군을 막론하고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을 직장갑질 119를 통해 인터뷰 했다.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 행태는 직장인들이 빈번하게 당하는 직장 갑질 중 하나다.

직장인 A(32) 씨와 동료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로 퇴근 후에도 상사의 ‘혹한기 훈련’에 끌려갔다. 세면도구만 챙겨 3인 1조로 퇴근 후 상사의 개인 오피스텔을 방문한 A 씨의 동료들은 한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밤 새 상사의 장황한 정신교육에 시달려야했다.

광주 하남산단에서 일하는 직장인 B(47) 씨는 출근 시간보다 20분이나 이른 아침 7시 40분에 작업장에 도착한다. 회사가 강제한 ‘아침 체조’때문이다. 그는 “사실상 앞당겨진 출근 탓에 오히려 아침 식사도 못할 지경”이라며 “정작 근무시간 중에는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끝나는 10분짜리 휴게시간만 주면서 주객전도가 따로 없다”고 토로했다.

범법을 강요하는 상사 밑에서 직업 정신마저 무너진다는 직장인들도 있다. 중소기업대표 수행비서로 일하는 C(47) 씨는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수시로 교통법규 위반을 지시받는다. 뒷좌석에 앉은 사장은 “늦었으니 빨리 가라”며 신호위반을 지시하면서도 벌금 딱지가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르쇠다. “이젠 차라리 내 돈으로 벌금 내는 게 속편해 과태료 내달란 말도 하지 않는다”는 C 씨가 여태 상사 때문에 내야했던 벌금은수십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전문병원에서 근무했던 피부관리사 D(30ㆍ여) 씨는 수시로 불법시술을 강요받았다. 의사가 아님에도 환자들에게 의료 행위를 해야했던 B씨가 병원에 항의하자 돌아온 건 왕따와 괴롭힘이었다. D씨는 “직원할인가로 받았던 시술조차 의사가 아닌 병원 실장이 해주더라”며 “몸과 마음 모두 다치고 퇴사한 뒤 프리로 일한다”고 토로했다.

오너 일가의 갑질은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기업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때 중소기업에서 근무했던 E(31) 씨는 대표 부인으로부터 수시로 폭언을 들어야했다. E 씨는 “대표 부인은 회사에서 맡은 직책이 없지만 직원 위에 군림하며 폭언과 고성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일상 속 갑질에 시달리다 직장갑질 119를 찾은 이들은 갑질 해법으로 가장 빈번하게 꼽히는 ‘역지사지’는 소용없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갑질했던 상사도 대한항공 갑질 보도를 보면서 혀를 끌끌차며 욕할 뿐 자신이 갑질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랫사람에게는 역지사지가 안 되는 한국사회”라며 “가족같은 회사는 전근대적인 환상이다. 개인과 원칙을 존중하는 비지니스 마인드를 뚜렷히 해야 개인의 시간, 감정을 침해하는 갑질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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