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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나쁜 아빠’의 장난..‘엽사’ 보여줘도 아동 학대입니다
[123RF]

[헤럴드경제TAPAS=윤현종 기자]

■아빠는 짓궂다, 너무나도.

네 살 된 아이가 초콜릿을 정말 좋아한다. 하나 주면 두개 달라고. 두 개 주면 세개 달라고 아우성. 이젠 밥도 먹기 싫단다.
아빠는 꾀를 냈다. “초콜릿 계속 먹으면 너 이렇게 된다” 고 말하면서

[출처=유튜브캡처]

저렇게, 아주 뚱뚱해진 비만 아동 사진을 보여줬단다.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장난으로 보여줘봤죠” 

우선은 아빠 ‘전술’이 먹혔다고. 아이는 사진을 보고 충격받았는지 곧바로 초콜릿을 줄였다.
문제는 그때부터. 같은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아이는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울면서 무서워했단다.
‘무서워요, 보여주지 마요, 안 그럴게요’라면서. 심할 땐 소변까지 지렸다고 한다.
결론. 그는 나쁜 아빠다. ‘장난’도 정도가 있지. 이건 아동 학대다.

■ 정서학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방해하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이 정의한 아동 학대다. 정신적 폭력도 여기에 속한다. 언어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 등이다.
앞서 언급한 ‘나쁜 아빠’ 사례에 적용해보자. 

엽기에 가까운 사진을 장난으로(?) 보여준 아빠. 아이는 초콜릿을 줄이는 대신 엄청난 공포감을 얻고 말았다. 

정서 학대에 해당하는 이유다.

■ “무서운 영상 보여주면 법 위반”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강원도 춘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세 살짜리 원아에게 휴대전화로 무서운 영상을 틀어줬다.
이를 본 아이는 다리가 떨릴 정도로 극도의 공포심을 느꼈다. 급기야 불안과 두려움으로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2016년 1월, 법원은 “보육교사의 행위가 아이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된다”고 설명하며 아동복지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 ‘도깨비 전화’ 앱은 어떨까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엄마들이 즐겨찾는 ‘도깨비전화’ 앱도 일부 유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 ‘무서운’ 영상이 공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앱은 “육아에 지친 어머니들을 위한 육아서포트 어플”을 표방한다.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캐릭터가 전화를 걸어온다. 

‘말을 잘 안들을 때’는 귀신 탈을 쓴 일본 요괴 나마하게가 전화를 건다.

 
‘도깨비전화’ 앱 화면 캡처

‘잘못된 행동’을 했을땐 백두산 호랑이에게 전화가 온다

‘도깨비전화’ 앱 화면 캡처

‘낮잠을 안잘때’는 처녀귀신이 전화를 건다. 
받으면 “여보세요, 처녀귀신입니다”란 음성이 흘러나온다.

‘도깨비전화’ 앱 화면 캡처

주 고객인 엄마들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다. 
아이를 달랠 때 1차적인 도움을 주기때문.
하지만...
‘도깨비전화’ 앱 평가 캡처

‘도깨비전화’ 앱 평가 캡처

“여운이 오래 남는지 밤에 무섭다고 자주 깬다”
“자주 이용하면 정서적으론 안 좋을것 같다”
“10분정도 계속 울어서 달래느라 혼났다”
는 평가도 눈에 띈다. 

술집에 아이? [123RF]

■ 술집에 데려갔다?

‘엽사(엽기사진)’나 도깨비 앱만 끊으면 괜찮을까? 아니다.
부모가 무심코 하는 다른 행동도 충분히 정서학대에 속할 수 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마땅찮아 ‘어쩔 수 없이’ 자녀를 동반해 술집에 간 행위도 일종의 정서 학대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단순히 낯선 공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술집은 아이 입장에선 ‘충격적인’ 장면도 볼 수 있는 공간이어서다.
유아의 뇌는 백지상태나 마찬가지다. 어릴수록 뇌리에 박힌 자극은 굉장히 오래간다.



■ 학원 때문에 잠을 줄였다?

스스로 안 잔다고 떼쓰는 상황이 아니다. 과도한 학습량에 밀려 잠 잘 시간이 줄어든 케이스다. 

명백한 정서 학대다. 해외에선 형사처벌 감이다.
최근 아일랜드에선 아이를 잠 못자게 통제한 부모가 쇠고랑을 찼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123RF]

■ 반찬투정..“먹지말고 방으로 들어가!”

다섯살 짜리 아이가 반찬 투정을 부린다. 엄마는 말한다.

“너 계속 이럴거면 밥 먹지 말고 저기 빈 방에 들어가서 서 있어. 네가 뭘 잘못했는지 한번 생각해 봐”

정서 학대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아이가 왜 반찬투정을 하는지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 입장을 묵살하고 격리조치를 취한 셈이다. 영장 발급 없이 구속한 것과 다름없다.
또 하나. 엄마는 ‘생각하라’고만 했다. 생각하는 방법이나 순서는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납득을 못한 채 방으로 들어가봐야 아이의 ‘멘탈’만 상한다.

■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이젠 부모가 된 성인 대부분이 어릴 적 이런 말을 들으며 컸다. 넌 엄마-아빠가 낳은 게 아니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같은 말을 우리 아이에게 해본다. 자녀는 멘붕. 부모는 킥킥댄다.

전문가들은 이 또한 정서 학대에 속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혼란스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자녀는 가출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서울 성동구에 사는 조 모(37) 씨는 “5세 때 기억인데, 지금도 생생하다”며 “부모님의 ‘너 다리에서 주워왔다’는 말 때문에 저금통을 들고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123RF]

■ 5만 3027 건, 그 이상.

정서 학대는 신체 학대보다 더 자주, 많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펴낸 ‘2016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정서 학대 건수가 신체 학대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2016년까지, 13년 동안 그랬다.
이 기간 집계된 정서 학대는 5만 3027건. 신체 학대는 4만 5088 건 이었다.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 접수된 건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며, 신고 접수된 사례를 바탕으로 집계되므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실제 아동학대 통계와는 다소 상이할 수 있음”

신고되지 않은 아동 학대, 그리고 거기에 포함된 정서 학대를 합하면? 지난 13년 간 일어난 학대 행위는 훨씬 많을 수 있단 뜻이다. 

부모가 무심코 지나친 정신적 학대는 말할 것도 없다.
때리지만 않으면,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는 것일까. 생각해 볼 문제다.

#미안하다_아빠가_다신_안그럴게_ㅠㅠ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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