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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대륙 한국
한때 ‘대륙 시리즈’ 유머가 있었다. 유머에선 ‘가짜 계란’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식생활 문제가 다뤄졌고, 엄청나게 막히는 중국 교통 사진엔 ‘대륙의 교통’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찰지게 잘 만든 싸고 질좋은 샤오미 보조 배터리는 ‘대륙의 실수’라 불렸다. 조롱 섞인 한국인들의 ‘대륙 시리즈’엔 그러나 사실은 부러움이 담겨 있다. 그들은 대륙에 살고, 한국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부러움 말이다.

이제 곧 휴가철. 해외로 떠나는 계절이다. ‘바다 밖(해외)’이란 단어를, 내가 그리고 한국인들이 유독 자주 사용하는 것은 사실은 ‘우리는 섬에 살고 있다’는 인식이 말에 반영된 결과다. 그래서 모든 한국 사람들의 다른 나라 여행 준비 시작은 비행기표 예약이다. 짧은 휴가 기간은 선박을 여행 교통수단에서 배제시켰다. 그리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간다.

대륙과 섬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대륙 한국’을 풀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일,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그 날, 그 시점은 한국이 더이상 섬이 아닐 수 있게 하는 상징 장면이었다. 북한 지도자가 남한으로, 남한 지도자가 북한으로 넘어왔고 넘어갔다. 그들은 그렇게 오고갔다. 그들이 넘었던 군사분계선은 그곳을 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희미해 질 수 있다.

아직은 먼 얘기다. 그러나 눈을 감고 대선이 있었던 1년 전 꼭 이날, 2017년 5월 9일로 돌아가보자. 1년 후 문재인과 김정은이 만나 악수한다고 상상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올해 1월1일 이후 한반도에서 펼쳐진 상황은 변화무쌍이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상상하는 낙관론자는 세상을 바꾸고, 투덜대는 비관론자는 비판이 전부다. 문 대통령은 개마고원 트레킹도 상상했다.

그래서 상상해본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5월 어느날 만나 악수한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평양에 트럼프타워 60층짜리를 세워보자’고 제안하고, 트럼프는 ‘60층은 낮으니 100층이 어떠냐’고 맞받는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비행기가 낡았던데 선물로 전용기를 한대 주겠다’고 말하고, 김정은은 ‘그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가겠다’고 응대한다.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트럼프에게서 나오고, 김정은은 ‘평양에 미국 대사관을 지으면 핵이 왜 필요하겠냐’고 밝힌다.

북 핵문제가 정치의 영역에서 풀리자 이제는 남북경제협력 문제가 화두다. 기계적 결합은 정치가 풀지만, 화학적 결합엔 경제가 필수다. 북한은 남한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고속성장하고, 남한은 북한의 초저임금 인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기반으로 제2의 경제 도약기를 맞는다. 3% 대에 머물던 남한의 경제성장률은 두자리수에 이를만큼 높아진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다시 대륙.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한국은 사실 대륙이란 점이다. 삼면이 바다로, 북측은 북한으로 막혀 있어 우리는 대륙에 살면서도 중국을 ‘대륙’이라 말해왔다. 조롱과 부러움을 함께 던지면서. 70년 가까이 갈라져 타국을 갈 땐 항상 비행기만을 사용했던 섬아닌 섬, 남한을 바꿀 때가 왔다.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안중근 의사의 저격 장소 하얼빈역을 방문하는 상상을 해본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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